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호 Feb 02. 2024

무너진 국경 옆, 문지기

국경을 무너트린 해외 역직구 플랫폼들

지금은 육아 중이라 자주 가지 못하지만,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매주 일요일 주일미사를 보고, 바람을 쏘일 겸 해서, 명동에 가고는 하였습니다. 직업병이어서인지, 미사가 끝나고 약간의 주차 가능 시간에 (명동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보러 주차를 하면, 2시간 무료 주차를 허용해 준답니다.) 명동의 올리브영을 들렀습니다.


1층 마스크 및 클렌징 제품 코너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서 한국 화장품, K-beauty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외국인들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며,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구글 등 번역 어플들이 잘 발달되어 있고, 웹 상 번역 기능도 잘되어 있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국내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하는 것이 더 손쉬워진 듯 보입니다.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사러 온 외국인들도 국내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다면, 하물며 우리의 외국 고객님들은 어떨까요? 그렇습니다. 외국 고객들도 철저히 국내 인터넷 최저가를 스터디하다 보니, 국내 인터넷 최저가가 해당 제품의 소비자가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그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되기 전의 경우, 국내 인터넷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해외 고객들은 국경을 넘어오는 관세 등 여러 부대 비용들로 인해, 한국 가격보다 자국에서 한국 제품을 비싸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 역직구"라는 말이 너무 오래된 단어가 되어버릴 정도로, 많은 제품들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큰 비용 없이 아주 쉽게 국경을 넘나듭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소비자가 보다 약간 비싼 가격이면, 해외 고객들도 집에 앉아서 국경을 갓 넘어온 따끈따끈한 Made in Korea 제품들을 바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해외 역직구 온라인 플랫폼


해외 영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해외 온라인을 통해 무역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범람하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해외 영업 직원들이 제시하는 공급가로 우리 해외 고객님들이 제품을 수입하여, 정식 통관을 거쳐 각종 부대 비용들을 부담하고, 자국에 판매를 하려면, 해외 온라인에서 역직구를 통해 값싸게 넘어온 제품들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한 때, 한국 소비자 가격의 두 배로 현지 가격을 설정해서 판매를 해도, 판매가 좋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구조로 그와 같이 설정한다면, 현지에서 판매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해외 고객들이 역직구로 한국 제품을 바로 구매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한국 판매 가격과 가깝게 가성비 있는 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고민해 봅니다. 그만두고 나가서 해외 온라인 채널을 운영해 보는 편이 더 나을까,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에서 해외영업사원이 할 일은 무엇일까? 무너진 국경 성벽을 바라보는, 문지기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생각이 듭니다. 무너진 담을 통하지 않고, 정문으로 오셔서 문을 두드려줄 해외 고객이 있을지, 오늘도 많은 해외 영업 사원들이 힘을 기울여 찾고 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