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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라는 것은? (한자로 효)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 15화

by 사호

이제 첫 돌이 지난 저희 딸은 최근에 비교적 늦게 잠이 듭니다. 오늘도 잘 달래고, 토닥여서 간신히 재우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기를 발치에서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에 빠지다가, 문득 학창 시절에 배웠던 '효'라는 한자가 떠올랐습니다.


학창 시절에 배운 것은 아래 아들 '자' 자가 들어간 회의 원리, 즉 두 개의 한자가 만나 새로운 뜻을 이루는 이치로 만들어진 한자로 기억합니다. 그렇기에 아들 '자' 자가 하단에 들어갔다는 것은 아들이 무엇인가를 짊어진다, 혹은 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텐데, 이 '효' 자가 의미하는 바, 즉 '자식'이 이고 있는 한자는 무엇일까?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즘 되면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검색을 해봐야겠습니다. 검색결과 한자 효의 상단에 위치한 한자는 늙을 로엄이라는 글자라고 합니다. 즉 자식이 늙음을 짊어지거나, 이고 있다. 직역 그대로, 늙은 부모를 잘 보살피는 것이 '효'라는 한자가 지닌 의미인 것입니다.


우리 딸이 내 노년을 잘 보살펴줘야, 효도를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면, 제가 저의 연로한 부모님을 잘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 한자를 다시 보니, 늙을 노엄 자에 비해 아들 자자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본인 한 몸 챙기기도 힘든 세상에 부모까지 봉양하는 일이 너무나도 힘들기에, 나중에 우리 딸에게 제가 저 늙을 노엄 자만큼이나,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부분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어오는데, "라는 말씀,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말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식이 부모가 고생하는 부분을 알고 고마워할 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를 알아 달라고 가 열심히 일하는 부분이 너를 위해 그런 것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의무와 죄책감에 기반을 둔 효도를 원치 않습니다. "엄마, 아빠 저희 때문에 늘 고생하시고,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효도할게요. " 하는 말을 우리 아이에게 듣고, 기특하다, 대견하다. 하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미안해질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뒤늦게 아이를 키우게 된 저에게 말합니다. "인제 낳아서 언제 키워, 돈 많이 벌어야겠다." 하고 말이죠. 그러면 제가 들려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근로 소득이 전부라서 우리 애가 있던 없던 열심히 일해야 할 팔자라고,

그렇습니다. 어차피 열심히 일하며 살아야 할 제 인생에 저희 딸은 제게 천진난만한 웃음을 주는 천사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존재 자체가 기쁨인 아이라고 말입니다.


최금 모 여배우가 울먹이며 쓴 표현을 빌려 아빠인 저는 '산뜻하게' 노년에도 잘 살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고, 퇴근하고, 열심히 일합니다. 학교 다니면서 배웠던 '효' 자에 담긴 그 의미가 조금 더 가볍고 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사랑으로 태어났지, 부양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부모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네가 자라면서 주었던 기쁨이 우리에게는 '효' 였다고,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렇게 우리 아이에게는 말해주고, 위로 부모님을 보는 마음은 또 무거워집니다. 옆에 계실 때 아버지, 어머니, 조금 더 많이 해드리기 위해, 조금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 너무 안쓰러워하지 않아 주세요. 우리도 조금 더 '산뜻해' 져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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