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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Sep 05. 2024

원팬 비빔밥

비빔밥에 진심이라



 아침을 먹고 계란을 삶고 음쓰를 버리고 왔다. 서늘해진 날씨에 텐션을 회복한 냥이들이 껌딱지가 되어 졸졸 따라다닌다. 이것저것 집안일에 바빠서 모른척하니 지들끼리 작은 방과 거실을 오가며 추격전을 벌인다. 우다다다다… 가을이 오니 퍽이나 좋나 보다. 산만한 뉴스 소리에 정신이 없어져 잔잔한 음악으로 바꿔 틀었다.



금일로 2.7 킬로를 찍은 룽지가 내 육신을 캣타워 삼아 클라이밍 연습을 한다. 하는 수 없이 긴 막대를 가져다 옷방 서랍과 냉장고 아래를 뒤져 지난 계절 저들이 숨겨놓은 도토리 같은 장난감을 찾아냈다. 살포시 코에 갖다 대니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리저리 교란시키는 동작을 하고는 힘껏 던져주니 빛의 속도로 달려 나간다. 그 엉덩이를 바라보며 강아지와 고양이는 한 끝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려인의 생일을 맞아 아침에 곰탕을 끓여주었다. 화장실 문 앞에서 다소 격한 축하 댄스와 노래를 불러준 뒤 소정의 용돈도 송금해 주었다. 해마다 나이 먹는 걸 확인받는 게 마냥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리 태어나 우리가 만났다는 건 분명 축하할 일이다. 부디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요즘 서진이네를 시청하며 주야장천 비빔밥만 먹고 있다. 이참에 근사한 뚝배기를 살까도 생각했지만  또 막상 사려니 고민이 된다. 보기보다 무겁기도 하고, 와플팬처럼 한 때 잠시 쓸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도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다 지쳐버렸다. 다행히 뚝배기가 없어도 비빔밥은 가능하니 현재는 우리 집 만능 팬을 이용하고 있다. 된장에 졸여서 으깬 두부와 밥을 섞어 깔고, 그 위에 준비한 콩나물, 가지, 버섯, 당근, 열무를 일열로 올리면 끝. 된장이 간이 충분해 가지와 버섯만 간장으로 버무려 주었다. 이 주째 먹고 있는데 이번주도 질리지 않으면 진심 인생 뚝배기를 고려해 봐야겠다. 지금 마음이라면 비빔밥은 평생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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