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주룩주룩
* 1663 일째 드로잉 : 보온을 위한 가내 허들링
- 가을이 자꾸 운다. 주말에 단풍을 보러 가고 싶었는데… 내일도 역시나 비가 온단다. 한 달 남짓한 가을, 그중 4번의 주말, 그중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얼마나 될 런지. 해가 갈수록 좋은 계절은 로또처럼 귀해진다. 내가 집순이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의 지분이 여기에도 있다. 이 비가 차곡차곡 쌓이면 고요하고 거룩한 겨울이 오겠지.
- 습하고 쌀쌀한 날씨 탓에 두 차례나 알람을 미루고 산책도 건너뛰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냥이들 화장실을 씻고 닦느라 아침을 차리는 것도 늦어졌다. 서둘러 빨래를 돌려놓고 주방으로 돌아와 가스불을 켰다. 잠시 불멍을 하며 초조함을 가라앉힌 뒤 밥을 차렸다. 덩달아 늦게 일어난 반려인도 서둘러 나와 식사를 했다.
- 산책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중년 멍뭉이는 베란다로 나갔다. 다행히 창 밖 단풍들이 반갑다며 아는 체를 해주었다. 조용히 자전거에 올라 나무들을 바라보며 페달을 굴렸다. 그 사이 으슬거렸던 몸이 따뜻해지고 목덜미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노르웨이 숲 속에서 습식 사우나하다 나온 산신령처럼 주방으로 돌아왔다. 냉장고에서 사과와 삶은 계란, 양파 수프를 꺼내 먹으며 다시 보통의 마음이 되었다.
- 아침부터 은행 OPT를 발급하느라 혼을 뺐다. 본인인증을 위해 신분증과 실물을 대조하는 단계에서 번번이 낙방하고 말았다. 어플 속 보안관은 내가 내가 아니라고 그동안 모은 돈에 대한 접근을 거부했다. 물론 과한 포토샵과 격변의 세월이 원인이겠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 머리도 풀어헤치고 안경도 벗고, 시키는 대로 카메라 랜즈도 닦고, 이 방 저 방 옮겨가며 셀카를 찍었다. 구경거리에 신이 난 냥이들도 따라와 귀신처럼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집사를 응원해 주었다. 그런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5회 이상 오류로 나의 꼴값은 제지당했다. 끝내 오천원짜리 휴대용 OPT 구입을 강요당했고, 24시간 후의 시도 역시 기약할 수 없음에 군말없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 불금의 집안일 : 빨래. 대청소
* 뽀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