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5 기온 뚝 쌀쌀
* 1667 일째 드로잉 : 보습의 계절
- 3일 연속 아침 산책을 건너뛰었다. 해도 늦잠을 자니 한낮 미물이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행히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제시간에 일어났다.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마신 뒤 새벽어둠을 헤치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왔다. 한 마리 길냥이처럼 어슬렁어슬렁 발걸음을 옮기며 평화로운 마음을 느꼈다. 매일 똑같은 미션 깨기 하며 살기보다 적당히 쉬엄쉬엄 유연하게 끝까지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 부쩍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진다. 수면양말과 무릎담요의 계절이 왔다. 비듬과 각질의 계절이요, 붕어빵과 호빵의 계절이다. 고구마를 굽고 수프를 만들고, 유자차와 핸드크림, 목도리와 손난로를 곁에 두어야겠다.
- 추워진 날씨 탓인지 야옹이 소식이 시원치 않다. 겨울은 변비의 계절이기도 하니까. 내 안에 다른 내가 있음을 느낀다. 먹는 양에 비해 수확이 부진하다. 기우제 지내듯 배를 두드리며 정성스레 주문을 걸어본다. 기도가 먹혔는지 반려인이 화장실로 달려간다. 부부는 인심전심 안심등심이랬다. …축하해요.
- 물이 튈까 봐 화장실에 들어갈 때 양말을 벗어두었는데 나오면 꼭 한 짝이 없다. 룽지가 “오예” 하고 어디론가 끌고 가 버린다. 선녀와 나무꾼이라면 줄 때까지 종신 계약을 맺어야 하고, 신데렐라라면 들고 와서 자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제는 베란다, 오늘은 작은방에서 발견되었다. 단순 절도죄로 치부하기엔 발이 너무 시리다. 어떻게… 양말에 실이라도 메어놔야 하나 싶다.
- 오늘의 할 일 : 냉장고 정리하고 장 볼 거 적기. 패브릭 작업하기
* 뽀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