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7 호호호빵 같은 날씨
* 1669일째 드로잉 : 퍼즐 맞추기
- 새벽에 콧구멍이 막혀 잠에서 깼다. 고개를 있는 대로 젖히고 기도를 확보한 뒤 어떻게는 자력으로 뚫어보려 힘껏 콧바람을 뿜었다. ‘킁’하는 탄도코사일 소리에 냥이들이 일어나 서로 돕겠다고 손을 보탰다. 꾸리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두피 쪽 혈액공급을 유도했고, 룽지는 흉부를 압박해 cpr을 시도했다. 그럴수록 삶의 의지는 더 또렸해졌다.
- 5시 20분 알람이 울렸다. 일어날 마음이 없었지만 고양이들이 나를 깨웠다. 6시 30분 반려인의 알람이 울렸다. 그 역시 일어날 마음이 없었지만 내가 그를 깨웠다. 일어나지도 않는 알람을 왜 맞춰놓냐고 물어보니 예비용이란다. 우리 집 알람은 남이 듣고 깨워주는 시스템이다.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지향적인 구조이다. 가족이 되는 건 매일 아침, 누군가의 수탉이 되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 꼬끼오.
- 오늘은 입동이라고 겨울이 문 앞까지 와서 초인종을 눌렀다. 산책을 나갔다가 귓구멍이 시려 깜짝 놀랐다. 이 나이에 귀마개를 할 용기는 없다. 귀에 쏙 들어가는 손가락 한마디만 한 고양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혼자 히죽거렸다. 곰으로 변신하는 로브를 입고 실내용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아침을 먹고도 고구마와 귤을 추가 급여 했다. 주말엔 선풍기를 넣고 식탁 코타츠를 만들어야겠다.
- 창밖 은행나무를 보니 금세 노랗게 물이 들어있다. 그 사이를 가로질러 오는 노란 어린이집 버스. 그 안에서 내리는 노란 병아리 같은 아이들. 노란 들녘, 노란 나뭇잎, 노란 고구마, 노란 귤, 노란 고양이들… 금괴가 가득한 금고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 오늘의 할 일 : 닭백숙 만들기. 그림 그리기
* 뽀너스
https://www.instagram.com/reel/DCDUWrOy9DJ/?igsh=MWR5amR0MmVpNHNm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