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3 꾸리꾸리 꾸룽지
* 1705일째 드로잉 : 보통의 가족. 19
- 아침에 눈을 뜨면 반려인의 자는 모습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엔 인상을 많이 쓰면서 잤던 거 같은데 요즘은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그렇게 소소한 일에도 다행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해도 이제는 섭섭하지 않다.
- 마흔 번째 생일이다. 뉴스를 보니 나는 참 난세에 태어났구나 싶다. 늦은 밤, 국회 앞 일렁이는 응원봉 물결을 본다. 지옥에도 분명 꽃은 필 거라는 마음이 든다.
- 가스 전검하시는 분이 오시자마자 두 냥이들이 번개처럼 숨어버렸다. 꾸리는 안방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고, 룽지는 아예 다른 차원으로 떠나버렸다. 저 아이들이 나를 보호해 줄 거라는 생각은 접었다. 그래도 옆에 있어줬으면 좋으련만… 인생 원래 혼자 가는 거란다. 다 나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그러는 거란다.
- 온도가 낮을수록 분자의 확산은 더디기 마련이다. 분명 밖에서 방귀를 뀌고 들어와도 녀석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엉덩이 주변을 맴돈다. 특히 겨울 아이는 극 I의 성격을 띠며 구석지고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밀폐된 곳, 이불 안, 차 뒷자리 어딘가에 조용히 오랫동안 머무르는 특성이 있다. 이 사실은 그간 몸소 경험한 현상이다. 겨울에 태어난 존재들을 대부분 그렇게 소리없이 강하다.
- 오늘의 할 일 : 냥이들과 생일축하 댄스타임. 가제트 모자 장기 렌탈하고 싶은 빨래와 집청소. 도서관에서 빌릴 책, 제발 꼭 읽을 것들로만 목록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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