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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새벽을 알리는 수탉냥이들.

20250515 뜨문뜨문 비

by 최집사



보통 서너 번은 깬다. 그중 반은 화장실 호출이고, 나머지 반은 냥이들 이벤트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녀석들의 총기가 또렷해지고 있다. 한 마리만 있을 땐 나더러 놀자 깨우더니, 두 마리가 되니 지들끼리 논다고 나를 깨운다. 애옹애옹 울다가, 머리카락을 잘근잘근 씹어먹다가, 발가락을 야금야금 뜯어먹는다. 혼자 하던걸 이제 쌍으로 한다는 소리다. 엊그제 꾸리는 꿈속에서 황소라도 잡는지 내 팔뚝을 붙들고 한바탕 살사를 췄다. 학습모드에 들어간 룽지도 성실하게 나의 도가니를 공략했다. 새끼에게 제 살점을 내어주는 엄마 연어의 심정을 내 짐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매일 새벽 저들의 친선 스파링은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그걸 왜 내 머리맡에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짓을 하면서 한 놈의 둔부는 내 얼굴을 뭉개고, 한 놈의 꼬리는 사정없이 내 따귀를 때린다. 심지 굳은 독립군도 참기 힘든 고문이다. 그렇게 차츰 나의 인내 게이지도 극에 달하면 한 마리 야생 고라니로 변신해 포효를 날린다.

“이 눔에 ㅆㄲ들아!!”

그러곤 기억이 없다. 아침에 일어난 반려인은 허벅지의 상처를 까 보이며 녀석들이 그랬다고 전했다. 전쟁이었구나… 한편으론 어떠한 상황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어 안심이 된다.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불면과 멀어지게 되었다.

오늘 아침 주방에서 칼을 갈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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