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6 보슬보슬 비
올해 들어 유독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굳이 춤 요청이 없음에도 흥이 고픈 이 몸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동물들의 털은 체온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던데, 빈약한 나의 모발은 안타깝게도 그 능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마저도 지난밤 꾸리가 몇 가닥 회수해 갔다. 녀석은 나의 소중한 정수리 모근을 송두리째 요구했다. 흰머리인 줄 알았다고 변명이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그럼에도 여름은 오고 있다. 겨터파크, 인중파크, 오금파크… 고온 다습의 계절을 맞아 서둘러 삼대 파크도 개장했다. 전기장판과 작별하고 선풍기를 꺼내야 하는데… 환승연애가 아닌 양다리가 될 거 같다.
빨래를 하는 날이다. 근래 들어 빨래만 하면 비가 내린다. 심드렁한 날씨 요괴는 창 밖 나무들을 바라보며 저들에겐 요정이 되어보겠다 다짐한다.
지구의 변덕에 온 생명체가 놀아나는 처지가 되었다. 동시에 계 타듯 돌아가며 덕도 본다. 그러니 이번엔 숲의 차례다. 내 차례도 머지않았겠지… 오늘의 흐림이 우울의 명분은 되지 않는다. 빨래가 마르지 않는다고 해맑게 웃고 있는 초록의 면상에다 울상을 지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