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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Mar 03. 2023

[연말정산] 말로 보는 정치 이슈
(총결산 下)

2022년 7~12월 하반기

매월 세간의 이목을 끈 주요 '말말말'을 모아 정치 이슈를 소개하기 위해 [월말정산]을 꾸려온 지 어느덧 일 년. 매일 같이 쏟아지는 온갖 말잔치 속에 주목할 만한 재료를 나름대로 추려 글로써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난 2022년 바람 잘 날 없었던 정치의 한 해를 되돌아보자.


■ 7월

'불꽃' 같은 그의 반란...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새끼'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당의 일신을 위해 당시 만 25세에 불과했던 박지현 씨를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어린 나이에 딱히 내세울 업적조차 전무했던 박 위원장의 영입은, 대통령선거에서 그나마 괄목할 만한 지지세를 확보한 2030 세대 여성 표심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 잘 듣는 귀엽고 착한 고양이를 한 마리 데려다 전시용으로 두고는 '우리는 여성과 청년을 우대하는 정당입니다'라고 집단적 자위에 나설 심산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류를 장악하고 판세를 짜던 고약한 86세대의 바람과는 달리, 박 위원장은 귀여운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새끼'였다. 박 위원장은 대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두고 당 내부를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위장탈당'이라는 최악의 꼼수를 선보인 민형배 의원의 의복당 문제 등을 강력하게 지적하며 친 이재명 및 86세대 의원과의 대립각을 세웠다.


나아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송영길 의원 '지역구 뺏기' 폭거를 비난하자 친명(親明) 세력과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맹목적 광신도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좌표 찍기 테러를 감행했다. 이에 견디지 못한 박 위원장은 "위선과 내로남불로 강을 건너지 못한 민주당, 그리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하겠다"라고 선언하며 정계의 밖으로 사라졌다


이후 민주당은 모두가 알다시피 친명세력과 '개딸'의 사회주의 공산당-홍위병 식 폭력행태에 신음하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의원은 '변절자' 혹은 '수박'이라는 낙인이 찍혀 집단적 탈당요구와 공천학살의 대상자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당대표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뚫고 2024년 4월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월말정산] 7월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alcohoala/80


■ 8월

'믿을맨'을 적으로 돌렸을 때... 이준석 vs 국민의힘, 끝없는 전쟁


8월 9일 국민의힘 당내 최고 의결결정기구인 전국위원회는 현재 국민의 힘이 비상상황에 빠져 있음을 유권해석 했다. 국민의힘은 앞선 7월 사상 초유의 '당대표 징계'에 이어 최고위원의 무더기 사퇴로 인하여 휘청거리고 있었고, 당대표의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임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를 두고 '예송논쟁'을 벌이던 참이다.


직무대행에 의한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을 가능하게 한 당헌당규의 개정이 이뤄지자, 자동으로 해임되어 버린 이준석 대표는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심지어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을 불태워야 한다"라거나 "민족주의, 전체주의, 파시스트를 버려야 한다"라고 1시간에 걸쳐 강도 높게 비판했다.


8월 2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준석 대표가 접수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서병수 전국위원장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른바 '윤핵관'의 중심에 있는 권성동, 장제원, 정진석, 주호영 당내 주류 중진들의 전방위적 압력이 가해졌고, 서 의장은 이내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1951년 자유당 이래 명목을 이어오던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당내 민주주의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월말정산] 8월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alcohoala/82


■ 9월

날아간 것은 바이든도 국회도 아니었다... 바람 타고 떠나간 진실된 국격


9월 22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차 방문 중이었던 미국에서 저잣거리의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욕설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MBC를 비롯한 국내 모든 매체가 윤 대통령의 '욕설'을 일제히 보도했고, 사건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에 당시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고 있었던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짓말 같겠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가까이에서 모시고 있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라는 수행원으로서는 참으로 불경스러운 단서까지 붙이며 손사래를 쳤다.


도대체 대통령이 무슨 말씀을 하신 건지 정확히 밝히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새끼들"이라는 발언은 있었지만 이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다"라고 말했는데, 외교적 실책을 감추기 위해 자국 국회를 욕보이기로 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변명이었다. 대통령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집단적 난청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본인 또한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진상이 더 밝혀져야 한다"라고 언급하였는데, 유감스럽게도 진상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이 진상의 규명을 요구하는 해괴망측한 모양새가 되고야 말았다.


누구든 살면서 말실수 한 번쯤은 하는 법이다. 속 시원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 머리를 한 번 숙이면 될 일을 죽어도 아니라고 뻔뻔하게 잡아떼는 모습에 국민은 윤 대통령에 대한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 문제의 발언을 최초보도한 MBC에 대하여 대통령실 명의의 질의서를 보내거나 온갖 고소고발을 남발함으로써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사태가 전개되었다. 호탕하고 털털한 보스를 기대했건만 오늘날 우리 앞에는 자신의 실수로 발생한 '국익훼손'을 죄 없는 타인에게 전가하는 아저씨만 남아 있으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월말정산] 1월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alcohoala/84


■ 10월

날이면 날마다 돌아오는... '북한-민주당' 합창단의 죽창가 어게인


미국의 핵 추진 전략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함에 따라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실시됐다. 북한의 잠수함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대잠훈련'이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며 길길이 성을 냈다. 북한 역시 해당 훈련에 대해 "침략 국가인 일본에게 재침의 발판을 놓아줬다"라고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역적 패당으로 규정하고 "참으로 가련하고 어리석다"라고 모욕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와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누군가의 지령이라도 받은 것인 양 보조를 맞추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비난했다. 이 대표는 동해상에서 실시된 훈련이 독도 근해에서 치러졌다고 호도하며 "윤 정부가 자위대를 독도 근해로 불러들였다. 이는 국방 참사이자 안보 자해 행위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 "윤석열의 전쟁 광증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라며 손뼉을 맞췄다.


북한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열을 올리던 더불어민주당은 급기야 당대표 주재로 '긴급안보대책회의'를 열고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무산시키겠다 선언했다. 해당 회의의 위원장은 주사파 논란에 휩싸였던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이었다.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북한 잠수함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면 '친일파'라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막기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분쇄하겠다고 '위원회'까지 만들어 북한을 대신하여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건 도대체 종북 좌파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 마땅한 게 아닌지. 더불어민주당 스스로가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낸 대목이었다.


[월말정산] 1월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alcohoala/85


■ 11월

천리를 갈 게 두렵다면... 애초에 발도 안 달린 말을 만들지 말았어야죠


윤석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와 'ASEAN+3' 국제다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동남아 순방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대통령 전용기에는 수많은 매체의 수행기자들이 동승했는데 MBC만은 그러지 못했다. 앞선 9월 '욕설 논란'을 최초보도하며 국익을 훼손하고 왜곡되고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았기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이에 한겨레와 경향신문과 같이 대표적인 진보성향 매체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겠다"라며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언론 5개 단체와 서울외신기자클럽 등 기자협회 또한 대통령실의 속 좁은 대응에 "언론 탄압이자 폭력이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대표적인 보수매체이자 친윤 성향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조선일보마저 "전용기 배제는 단세포적이고 감적적이며 잘못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거악(巨惡)을 앞에 두니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화합을 이루어냈다.


이후 MBC 기자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모두들 지켜보는 앞에서 고성을 내지르며 말싸움을 하기도 했고, 윤 대통령의 약식 기자회견도 철폐되었다. 비난과 비판을 수용하고 잘못을 고쳐나갈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귀와 눈을 가린 채 점점 구석으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리길 선택한 것이다.


역사상 어떠한 정부도 언론 탄압에 성공한 적이 없다. 마르지 않는 샘의 둑이 터졌다고 억지로 틀어막다간 익사하고야 만다. 물은 물대로 흐르게 내버려 두되 다만 묵묵히 둑을 보강하며 물길의 방향을 잡는 게 최선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갈 게 두려워 목을 다 잘라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애초에 발 없는 말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월말정산] 11월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alcohoala/86


■ 12월

방 안의 코끼리를 감히 더듬을 용기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언급할 수 없는 난제를 '방 안의 코끼리'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교육문제, 노동문제, 연금문제가 대표적인 코끼리 세 마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여느 정부도 손대지 못한 코끼리들에 감히 손을 대고자 한다.


윤 대통령은 집권 1년 차 연말을 맞이하는 12월 15일 국민패널 100명을 초청한 가운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국정과제 이행에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 형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육, 노동, 연금 세 분야를 개혁하겠다며 2023년을 '3대 개혁'의 원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개혁이며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라 설명했다.


더 이상 어떠한 희망도 품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다시금 도약하기 위하여는 '3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정치적 잇속계산에 몰두하여 회피하기만 했던 지난 정부의 과오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통 크게 배팅하였던 윤 대통령의 추진력이 불을 뿜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월말정산] 12월 다시 보기 : https://brunch.co.kr/@alcohoala/87


이제 곧 2023년이 밝은 지 100일이 된다. 이쯤 되면 새해의 목표나 다짐이 잊히기 일쑤다. 나 역시 그렇다. 매년 써 내려간 계획은 어느 순간 흐지부지 사라졌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사회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나라님들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돌이켜 보니 지난 한 해 정말이지 실망할 일만 가득했던 것 같다. 좋은 일은 기억에서 휘발되고 강렬했던 실망감만 남아 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1년간의 우당탕탕 사건사고를 모아놓고 보니 뿌듯하긴 하다. 올해 또 할 거냐?라고 하기엔 이미 올해도 3월에 접어들었으니, 또 다른 프로젝트를 고민해 보는 편이 좋겠다. (뭐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희망차고 기대감 넘치는 2023년이 되길 바라며 [월말정산] 말로 보는 정치 이슈 '말말말' <2022년 총결산>을 마치겠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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