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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Mar 09. 2019

오지에서 오지게 일궈가는
뚝딱쌤&이명한전통문화체험학교

- 넓잖은 골짜기속,  없는게 없는 이명한전통문화체험학교

‘연꽃’ 하면 단연 부여다. 인근 조치원도 조천에 연꽃 공원을 조성하고 연꽃축제를 시작하였다. 전국적으로는 안산, 무안 등 연꽃 명소가 즐비하다. 심청이 몸 던졌다는 인당수, 백령도에는 18년 전 심청각전시관이 우뚝하다. 

연꽃은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로서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다. 진흙탕 속에서도 청아한 백련화를 밀어올린다. 연꽃 향에 취해 있노라면 그 동안 땅속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까마득이다. 연꽃군락이 대단지 말고도 아담사이즈로도 간간 보인다. 탑정저수지 주변에도 있고, 노성에서도다. 


노성면, 종학당 아래에 펼쳐져 있는 가곡저수지 일대는 때타지 않은 비원(祕苑)이다. 그 동네에 터를 잡은 ‘이명한전통문화체험학교’는 진입로부터 별천지다. 비포장이다. “논산 교육농장 중에서 비포장인 경우는 우리뿐일 걸요~!^ 동네분들이 젊은사람들이 너무 애쓴다고, 이쁘다고, 옆으로도 길 하나 더 내주었어요. 앞으로 포장할 생각은, 글쎄요.......” 텃밭 명예교사이자 일명 뚝딱이 쌤으로통하는 김명석 대표의 너털 인사말이다. 


버스 허용하지 않는 시골길, 걸어서 5분여 거리인 이 코스에 한복디자인의 안내판 24개가 점점이 열려 있다. 24절기 설명문이다. 그걸 읽으며 올라오는 동안 천태만상, 예측불허이다. 춘분 안내판에 와서는 봄에 생일 맞은 친구가 박수갈채를 받는다. 빗물이 고여 있는 흙구덩이에 첨벙 빠지는 악동도 아니 나타날 리 없다. 


상관 없다. 선남선녀나 악동 불문하고 검정고무신으로 갈아신어야 하니까.... 근데 TV 중앙방송에 났다 해서 와 봤더니만, 폼은 덜 난다. 덩그라니 비닐하우스 한 채! 덤덤 무념무상 문 열고 들어갔더니만, 와우~ 써프라이스다. 전통 학교니 뭐니 하는 선입감은 확 달아나고, 푸근한 외가집이요 널럴한 시골 놀이터다. 농업박물관 유리관 속에서 보던 홀태니 용수니 하는 것들이 두 눈 또랑또랑 굴리면서 말 걸어온다. “요놈, 나는 망태이고 내 나이 올해 40인데, 너는 몇 살인고??” 



편하면서도 멋들어진 우리옷()


망태 아저씨랑 만판 놀라고 했더니만, 구경은 이따가 더 하고 우선 옆문으로 들어오랜다. 흐미~ 지겨운 공부시간, 여기서도 또 공부인가붑다. 근디 분위기가 좀 다른 거 같다는 느낌?  TV에서 가끔 보는 한복을 한복아줌마네 집 영상으로 보니, 느낌이 달라진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만 입는 줄 알았더니, 아빠 엄마도.... 우리도 저렇게 영화주인공 같다니.... 나이키 옷 입은 친구만 폼나는 줄 알았더니, 내가 지금 신고 있는 코리안나이키가 끄떡이며 으쓱으쓱!


꼬마신랑이 되어, 내 색씨 한복을 만들어줄 차례다. 마지막 단계, 제자리에 맞추어 놓고서 도장 누르듯 꾸욱~ 눌러서 내 색씨 끝!^  평면적인 것은 이 정도면 OK다. 나중에 또 해보더라도 급한 마음에 입이 근질거린다. “알밤 선생님, 진짜 치마 만들고 싶어요!” 알밤쌤은 논산에서뿐 아니라 특히 중국에서 더 알아주는 한복디자이너시랜다. 장난끼 가득한 얼굴은 아무리 봐도 밤톨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천상 알밤쌤이다. 키는 우리 초딩누나만한데, 너무 까불다가는 언제 알밤 한 대 날아올지 모를 거 같은 포쓰요 카리스마다. 마당쇠처럼 옆에서 톱질하는 농부아저씨는 뚝딱뚝딱, 뭐고 못 만드는 게 없다. 그래서 뚝딱이쌤이다. 둘이는 색씨가 22살 때 신랑각시 되었단다. 알콩달콩 살면서 우리 같은 아이 둘 낳아 아들은 지금 군인 아저씨! 군대 있으면서도 맘은 콩 밭에 있다는데.... 아빠와 마찬가지로 동네 아저씨들은 대부분 농기계로 농사를 짓는다. 일은 한창 바쁘고 일손은 딸리는데, 갑자기 기계가 논 한 복판에서 뻗을 때가 있다. 이때 짠~ 아들은 그 논에 첨벙첨벙 들어가서 여기저기 살펴본다. 이윽고 다시 시동 걸리는 소리! 농부아저씨보다 아들 어깨가 더 들썩!


이 집 딸은 마마걸이다. 늘 엄마 곁에 있다. 『이명한 한복디자이너』라는, 엄마 이름 뒤의 수식어가 그리도 부러울 수가 없다. 친구들은 엄마 아빠 이름 부를 일이 별로 없는데, 허구한 날 보는 게 이명한이다. ‘이명한한복’보다는 ‘유’씨 집안에서 태어나 ‘유명한복’ 이렇게 불렸으면ㅋㄷㅋㄷ 어쨌거나 오늘 한복치마만들기 쌤은 딸이 맡았다. 치마 그 고운 주름까지 어떻게 접나 고민했는데, 뚝딱쌤 따님이 뚝딱 해결해 준다. “요걸 연자방이라고 해요! 연꽃이 피면 그 밑을 받쳐주는 꽃받침, 그걸 뒤집으니 연밥이 쏟아지고, 어느새 치마가 돼 있다. 은진미륵 공사처럼, 이제는 그 위에 색동 저고리 입히고 둥그랑 머리 얹으니, 끝~!! 


엄마끼리 나누는 얘기를 들으니 6차산업이래나 뭐래나, 좀 어려운 말도 나오지만 그래도 잼나다. “농산물과 한복의 만남, 농촌과 문화의 만남이라는 타이틀에 맞도록 개발한 실례가 연자방을 이용한 공예로의 승화 작업이죠. 연자방한복인형을 디자인 출원하게 되고, 연자방펜꽃이도 출원했어요. 좀전에 우리가 했던 한복짜투리천 활용한 한복패치공예는 특허출원을 하게 되었고요. 지금 우리가 마시는 것은 연잎차예요. 연잎은 물론 연자방, 연근은 건조하여 차로 끓여먹을 수 있게 소포장하였습니다. 택배발송도 쉬워졌죠. 솔방울과 빙수컵, 나무토막 등을 재활용한 꿈나무화분도 특허 출원 준비중이랍니다.”



에구에구 머리 아파라. 어른끼리 얘기하라 하고, 우리는 맘껏 놀랜다!! 뚝딱이 아저씨가 아는 분과 둘이서 직접 뚝딱뚝딱 지었다는 이 집은 궁궐이다. 우리집 아파트가 40평이라고 남들은 궁궐이라는데, 여기는 100m 달리기해도 될 판이다. 하우스 옆쪽으로 나란한 빨래줄에는 연자방과 씨레기들이 쭉 걸려 있다. 발 담그기 하는 족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쑥을 캐다가 쑥물 내어 발담그기를 한다는데, 그러면 기분도 쑥~쑥~ 아빠 무좀도 쏘옥 달아날 것만 같다. 하우스 안쪽으로 자그만 텃밭도 있고, 로또 햄스터왕국도 있다. “모 이래?” 작으니까 좀 시시해질라고 한다. “어? 그러고 보니 거울이 하나도 없네?” 자세히 살펴보니 맨끝 화장실 입구에 쬐그만 거울이 하나 있다. 

→ 85세된 할머님의 첫작품선물. 마음으로 보는 거울입니다. 

“마음 거울?” 에구 또 어려운 말 같다. 백설공주의 거울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화살표 보니 → 동물농장!  얏호, 쉬~ 하면서 거름도 줄 겸, 인간로봇이 되어서 하우스 반대편 출구에서 발사! 알밤쌤이 우리 같은 인간로봇을 따라올 리 없다. 


먹거리(), 표현하면서 먹어요


이제부터는 내 세상인가 했더니 어느새 뚝딱이 쌤이 따라붙었다. 처음에는 산불감시원처럼 근엄한 줄 알았더니만, 염소집 마당에 가니까 나보다 더 말썽꾸러기다. 개복숭아랜다. 갑자기 그 가지를 잡고서 내려뜨리니 수염달린 염소할아버지들, 갑자기 기린아저씨로 변신로보트다. 염소 엄마 젖 치렁치렁 장면들 보면서 드는 생각, ‘소젖인 우유도 맛있지만 산양젖도 있다던데...?’ 그 옆의 토끼장을 가려하니 마냥 웃기만 하던 뚝딱이 쌤, 갑자기 표정이 굳어진다. 



“토끼가 어제 아기를 낳아서 젖 주는데, 가면 안 돼! 이런 때 사람이 가면 새끼를 해치걸랑.” 오잉~ 지금 이게 어느 나라 말? 하긴 할머니 얘기 들어보니까, 예전에 애기 나면 집 대문에다 금줄 치고 그 새끼줄에 고추니, 숯 같은 걸 꽂아두었다고 하던데.... 시골에 오니까 궁금해지는 것도 늘어나고, 배우는 것도 지천이다. 어! 작은 집이다. 문 열고 들어가니 펜션 같다. 2층까지 조르르 창문으로 가보니 베란다도 해놨다. “전망이 어때?” 흐미,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온 거 같은데, 뚝딱이 아저씨다. “이 집도 아저씨가 혼자 뚝딱뚝딱 다 지은 거예요?”  “어! 근데 청소하기는 싫어서, 그건 알밤쌤이 해^|^ 이젠 요 바로 밑에 있는 연꽃밭 가볼래?”


둥그런 돌기둥들이 뚜벅뚜벅 박혀 있다. “어~? 이거 어디서 봤더라...?.... 아, 시내 길 옆 보도블럭에 서 있던 그 돌들?” 도시 미관상 육중한 돌기둥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어가는 모양이다. 처치 곤란했던 그 돌기둥들이 여기 와서는 근사한 안내석이 되고 있다. 하얀 바탕의 돌기둥 얼굴에는 연꽃의 10가지 교훈이 매직펜로 촘촘 쓰여 있다. 나는 지저분한 것, 허접한 것 보면 깔끔 떨면서 속으로 흉본 적 많은데, 연꽃들은 그런 것들 오히려 사랑하고 끌어안아서 순백색 백련을 꽃 피운다나, 머라나~~  커다란 다라가 즐비하고, 연꽃은 큰 화분들이다. 논이나 연못 속에 심으면 캐지지를 않아서 포클레인 아저씨 불러야 하는데, 하루 백만원 돈이 든대지, 아마?  화분에다 심는 것은 그런 돈 안들이고 캐내기 좋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 그대로가 좋다. 


연꽃밭 밑에 또다른 연꽃밭! 와우~ 개구리밥도 더 많다. 진짜 개구리도 와장창이라는데, 요즘 넘넘 가물어서 오늘은 꼭꼭 숨박꼭질이다ㅠㅜ 내년 봄에는 와서 쑥도 캐고, 올챙이도 봐야지! 운 좋으면 알아? 개구리알 말고도 두꺼비나 도롱뇽 알도 만날지...ㅎㅎㅎ... 



바깥구경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좀 있으면 점심 시간인데, 식사 준비는 우리보고 직접 하랜다. 의/식/주... 여기 와서는 한복 옷부터 시작하여 먹을 식(食)도 자연공부랜다.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에도 반찬 투정했던 우리가 이제는 함께 식단을 꾸며야 한다네요.... 우리 알밤쌤, 일전에는 TV ‘다정다감’에도 출연했다네요. 아나운서 언니가 물었어요. “비빔밥 해먹는다든가 빙수 만들 때도 그냥 평범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체험으로 만드시더라구요.”

 “그냥 하던 대로 밋밋하게 하는 건 싫어요. 모든 것에 교육 하나를 더 넣어요. ‘지금 생각나는 걸 상추 위에다가 표현해볼까? 밥을 퍼다 해도 좋고....누구 얼굴이 떠오르까?’ 상상과 꿈 이야기를 하게 해줘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데긍정과 상상이 들어가면 아이들 생각은 무궁무진 펼쳐지잖아~~~” 


어른들은 밥상머리 교육 같은 말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들 보고는 물가에 내놓은 애 같다나 그러죠? 그런 말에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는 별로랍니다. 우리는 왜 맨날 듣기만 해야 하냐구요? 우리도 스스로 잘 할 수 있는데 말예요. 쉿! 근데 여기 어른들은 약간 예외 같아요. 우리가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지켜보는 눈이 있걸랑요. 주인아저씨 아줌마가 아무 데다나 눈을 달아놓았답니다. CCTV 감시의 눈길이 아니라 익살스런 눈깔들을요~~ 고무신 위에 박힌 눈도 따라다니고, 텃밭에다도 채소들과 이야기 나눠보라고 써 놓았어요. 그러고 보니 나도 잔소리 퍼부울 데가 생겼네요! 아니, 아니다. 가만 들여다 보니 풀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어요. 상추가 ‘오늘 내 치마색 어때, 어울리는 거 같애?’ 오메.. 강아지, 염소, 참새, 개구리만 입 달린 줄 알았더니만....... 그  치마는 이윽고 내 뱃속까지 들어와 나와 한 몸이 되고, 나와 함께 크겠죠? 쑤욱~쑥!


쉬고 잠자기 편한 곳()


실컷 돌아다니다 밥 다 먹었으니 약간 나른하다. 어른들끼리만 여기 오면, 점심은 동네 들밥이 오기도 한단다. 연밥에다가 들밥..... “들밥? 그런 것도 있어요?”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없으면 여기 가곡리 500번지를 떠나서 직접 물어보렴!” 얏호, 드디어 신나는 동네한바퀴 시간!!! 


노성면 가곡리. 노성이라고 하면 노성산성 아래로 명재고택과 공자 모신 사당 궐리사가 있고, 그런데 사람들은 종학당까지는 잘 모른단다. 파평윤씨 자녀들만 모아놓고 공부시켰다는 종학당은 나중에는 우리 같은  동네아이들도 끼어주었다고 한다. 바로 이 곳에 250억인가 하는 어마어마한 돈으로 충청도 유교회관인가 뭔가를 짓는다고 하는 모양이다. 종학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가곡저수지는 아담한 게 우리 같은 아이들 놀기 딱인데, 가만 보기 군데군데 강태공 아저씨들 눈이 박혀 있다. 호수를 끼고 산 주변에 둘레길인지 올레길인지 하는 희망마을만들기 사업도 하는 모양이다. 동네한바퀴 하다 보니까 잠은 달아났지만, 이번 여름 휴가때는 동네 민박으로 하룻밤 자고 가면 참 좋겠다. 이 동네에 귀농한 사람들도 있다 하고, 안 되면 아까 그 이층집도 물어볼까? 거기서 샤워하고 누워 있으면 개구리 소리에 꿀잠이 찾아올 것만 같다. 


대낮에 웬 백일몽? 동네 할머니에게 인사하니, 교육농장 왔느냐면서 반색이시다. “여기에 아카시아 나무가 하나 있어서 농사에 지장을 줬걸랑. 그런데 뚝딱이 아저씨가 와서 뚝딱 베어가니 얼마나 속 시원한지 모른단다.” 뚝딱이 아저씨가 연꽃농사 짓던 논과 좀 떨어진 이곳으로 들어온 때는 오래 되지는 않았단다. 체험농장 꾸미느라 바빠도 동네에 무슨 일 있다면 내려가서 돕기도 하는데, 성가신 나무 베어가는 날은 실은 룰루랄라~~~ 트럭에 싣고간 잎들은 염소 밥이 되고, 아카시아나무를 토막토막 내면 하나하나가 공작물 재료가 되어서이다. 솔방울도 따서 모아두면 모두다 돈으로 바뀐다. 오늘 나는 너무 신나게 뛰어놀아서인지 눈꺼풀이 천근만근이고, 엄마와 알밤쌤이 또 6차산업 얘기하며 앞으로의 꿈 얘기도 나누는데 아련히 자장가로 들리면서 내 꿈과 오버랩된다. 


“주변에 즐비한 나무와 솔방울, 자연풀, 꽃 등도 나에게는 귀중한 자원이 되어 프로그램 할 때도 그렇지만, 여유로운 시간에 가공하니 큰 몫을 하는 소득원입니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요소는 주변에서 찾았어요. 문화유산인 종학당이 걸어서 15분거리이고, 재실, 저수지둘레길, 논산팔경 노성산.... 이런 주변 환경이 내 최고의 자산이라 생각하고 역사문화탐방 코스로 함께 했습니다.”


농촌과 문화가 결혼하다


농부와 한복디자이너의 만남은 연꽃에서 정점을 이룬다. 벼농사에서 백련농사로 전환하는 과정부터 궁금하다. 그녀가 들려주는 스토리는 작은 거인답다. 


22살이라는 나이에 신랑을 만나 2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건축일을 하며넛 벼농사, 밭농사를 짓던 남편이 5년전 연 농사를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였다. 백련 농사를 시작으로 부푼 꿈으로 시작한 농사. 3월에 종근을 심어 그해에 수확을 하는 백련은 잎, 줄기, 뿌리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것으로 몽땅 돈이 될 거라는 야심에 800평 시험재배를 시작으로 하였다.


드디어 연잎을 수확, 공판장으로 가져갔다. 첫 수확이라 내심 기대했건만 돌아온 건 인건비도 못 건지는 계산에, 출하 조건만 덧붙여졌다. 진공팩을 해달라, 박스를 맞추어 달라 등등이었다. 꽃이 피어 향기는 만발하건만, 꽃을 따서 팔면 된다는 기대가 사그러졌다.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꽃이 지고 연자육. 방만 영글어갔다. 연자와 연자방을 따서 말렸건만 그냥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래도 이 속에서 풀어나가야 할 거 같았다. 


이렇게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앞으로 3권의 책으로 엮어볼 예정이다. 

1 -한복디자이너 이명한

2- 아내라는 이름, 엄마라는이름의 이명한 

3-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는 이명한 

여기서는 미리, 그것을 다이제스트로 들어다 보자. 


결국 그녀는 팔뚝을 걷어부치고 남편을 돕기로 했다. 아니, 결혼초의 다짐처럼 부부는 하나가 되어 행복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결심을 새삼 확인하기로 했다. 그럴 즈음에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논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 신청을 하라는 메시지였다. 논산시 딸기축제나 강경발효젓갈축제에서 딸기 한복패션쇼를 했는데, 한복으로 지역 알리는 문화행사로만 참여했지, 농부의 아내면서 왜 농업기술센터를 몰랐을까? 용기를 내어서 가보니 센터는 농업기술, 마케팅, 요리, 염색 등 농업 관련된 일체를 교육하고 있었다. 2014년도 일이다. 농촌교육농장, 농촌문화체험이라는 새로운 빛! 6차 산업이라는 융복합 전문교육, 마케팅, 그야말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꿈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남편과 함께 10가지 교육과정을 수료하면서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농장 이름은 이미 브랜드화되어서 익숙해진 “이명한전통문화체험학교”로 정하고, 다소 외진 곳에 1800여평 부지도 구입하였다. 


가르쳐주는 대로 했다. 블로그에 체험농장일기, 이명한전통문화체험학교를 준비하는 과정, 연의 성장과정, 남편의 일상 등 그날그날의 생생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내려갔다. 문자가 오기 시작했고 연잎, 연자, 연자방 등을 주문하는 전화가 전국 각지에서 걸려왔다. 신기했다. 블로그는 나의 일기장이 되고, 남편의 일등 영업사원이 되어 주고 있었다. 블로그 습관은 페이스북으로 연동되면서, 얼마 전에는 19,000회 조회라는 갑작스런 축포가 전달되기도 하였다. 


남편이 직접 하우스를 짓고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다. 농장의 비포장길 등 모든 악조건을 강점으로 바꾸어가며, 맨주먹으로, 온몸으로 일구어나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우리 부부 땀방울의 흔적은 호기심 어린 체험객들에게 그대로 스토리 창고가 되었다. 농부아빠, 한복디자이너엄마, 한복디자이너 후계양성자 딸, 이렇게 3명이 하나로 뭉쳐 금자탑을 쌓아갔다. 참, 우리딸은 어려서부터 모델도 해서인지 예쁜이 선생님으로 불렸고.... 


3인 가족은 다른 가족들과 협업하는 또다른 6차산업으로 번져갔다. 청/초/한 프로그램이다. 

* 청유리원- 다육관광농원

* 봄초여- 장아찌, 액젓.

* 이명한 한복의 상표등록. 한복을 입고, 한복패치공예, 연자방한복 등으로 한복도 만들고, 놀이도 하고 구연동화, 떡 만들고, 고추장 만들고, 들밥 먹고, 꿈나무화분 만들고..... 다육이 식물 심고 .. 이러한 시리즈의 1일 프로그램은 3농가의 합작품이었다. 6차산업 인증업체로 뭉쳐진 프로그램은 『6시 내고향』에도 방영되었다. TV에 나가자, 선진지 견학이 각 지역에서 쇄도하였다. 학교에서도 체험을 오고, 어린이집, 개인 소모임에서도 함께 하였다. 텃밭교사를 하는 남편과 함께 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텃밭채소를 심는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학교와의 연계도 이루어졌다. 한복디자이너 멘토 강의를 통하여 체험도 연결되고, 박람회 체험 등을 통한 홍보로 학교선생님들에게 계속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명소=논산’ 가능 화두


이러한 과정을 세 개의 키워드로 응축해본다. 우선, 열정(熱情)이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구는 이 두 부부에게 통하지 않는다. 끝까지, 될 때까지, 오직 줄기차게다. 뚝딱이쌤에게 물었다. “손님 없을 때 이 적막 강산에서 외롭지 않으세요?” 대뜸 돌아오는 답, “지겨울 틈이 어디 있어요?” 또하나 상상(想像)이다. 생각주머니를 건드린다. 상상샘, 마르지 않는 샘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고정관념 같은 것도 사라지니 말풍선은 리미트 무한대이다. 마지막 키워드 = 애정(愛情) 사람에 대한 애정은 한복을 배우고, 바느질방을 할 때부터 유별났다. 나와 연을 맺은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을  때 그 손님이 열 손님이 되고, 다시 100이 되어 주었다. 사람에게만이랴~~ 체험 농장에 들어오면, 버릴 게 거의 없다. 건축자재 물론이다. 그래서 집은 남루한 구석도 없잖지만, 도처 이야기 지천이다. 


이명한전통문화체험학교에 와서 들은 얘기가 숱하고, 프로그램도 복잡다기한 거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 뿌리는 하나로 모아진다. “함께!”  내가 잘 낫으니 너도 잘 낫고, 내가 잘 되면 너도 잘 되고, 내가 재미있으면 남도 재미져진다. 그 역순도 성립! 그러므로 6차 산업은 그야말로 융합이다. 사람과 사람만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물, 직업과 직업까지도 담 헐고 녹아서 한 덩어리가 되는 통섭이요 쉬운 말로는 짬뽕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저절도 드는 체험 농장이다.


[글·사진] 이지녕

이 글은 『놀뫼신문』 2017-07-06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위 사진 일부는, 이명한전통문화체험학교에서 제공하였습니다. 

https://nmn.ff.or.kr/23/?idx=514453&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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