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2021년 9월 5일 일요일, 맑음.

by 고귀한 먼지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행복은 내가 하기에 달려있다.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며 걸었다. 아직 햇볕은 따가웠지만 자주 구름이 태양을 가려줘 큰 불편함이 없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걸었지만 과거와 같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떠오른 생각을 급하게 기록했고,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또 걸음을 세웠다. 두 시간 정도 걷고 돌아와 몸을 씻고,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평화로운 9월의 휴일이었다.


혼자 걷는다. 이제는 누구와 함께 걷는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게 혼자 걸으며 내면을 향해 말을 걸기 시작했고, 매번 그렇진 않지만, 속에서 다시 내게 말을 거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좀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나아갔다고 믿는다. 내면과 대화를 나누지 않을 땐 주로 지난 일을 생각하며 반성하는 일이 많다. 의도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진 않지만 걷다 보면 문득, 떠오른다. 피식 웃어넘길 때도 있지만 가끔은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난 실수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

걷는다는 건 그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일을 생각하지 않을 땐 미래를 그린다. 허무맹랑한 상상이라도 계속 꿈꾸면 언젠가는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걷는 걸 참 좋아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도 있다.

물론, 그 계획들을 성실하게 실행에 옮겼다면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지도 않을 테지만.


뭐,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산책을 멈추게 만든 멋진 하늘 모습.


나이를 한두 살 더 쌓아가면서 확실히 부드러워지고 연약해졌다.

좀 독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일단은 이런 내가 좋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독기’보다는 ‘즐거움’을 선택하는 것도 꽤 좋은 판단이라고 믿는다.

여기에 ‘꾸준함’을 추가하면 무언가는 꼭 이뤄질 것이다.


음, 그렇다면 지금 내게 당장 필요한 건 ‘꾸준함’이군.

상상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꾸준함’.

좋아하는 걸 매일 하는 행복.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행복은 내가 하기에 달려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부지런히 사느라 고생 많았다.

새로 시작될 한 주도 잘 살아보자.


고맙습니다.


충주 호암지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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