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읽고, 꽤 오래도록 앓았다.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작가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리고 무력감에 무너지며.
태풍의 영향으로 오전엔 꽤 많은 비가 이곳, 충주에도 내렸다. 추석 연휴를 보내러 본가가 있는 충주로 내려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 먹으며 편하게 쉬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그렇다고 당장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조용히 있다가, 시키는 일 군말 없이 하고 돌아갈 마음을 먹고 있다.
결혼을 안 해 아내도 없고, 아이도 없으니 고향에 내려오는 것도 단출하다. 그게 조금 불편하다. 아마 불편한 마음의 원인이 바로 이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당장 평생을 함께할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으니 앞으로 조금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혼 주의도 아닌 나. 그냥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다. 진짜 앞으로는 좀 더 노력해야겠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을.
지난 일요일에 서울에서 내포로 내려와 오피스텔 택배보관함에 놓여있던 택배를 찾았다. 택배 내용물은 책 한 권이었다. 바로 한강 작가의 신작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 오늘 다 읽었다. 그러니까 이번 주는 이 소설책과 함께한 한 주였다. 오랜만에 집중해서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다른 일에는 집중할 수 없었다. 글도 쓰지 못하고, 공부도 내팽개쳐두고, 시간이 나면 읽었다. 한 번에 많이 읽진 못했다. 그럴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다. 조금씩 읽고, 꽤 오래도록 앓았다.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작가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리고 무력감에 무너지며.
중학교 교정 앞을 지나다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걸음을 멈췄다. 이런 빛깔의 노을을 본 지 얼마나 됐을까? 아름다웠다.
‘소년의 온다’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소설이었다. 그러나 두 소설을 통해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전반기에 단편과 중편을 오가는 소설을 한 편 쓰고 꽤 뿌듯해했는데 다시 한 편을 올해가 가기 전에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물론, 이 소설에 영향을 받았다.
써야 할 게 많지만 그래도 소설을 한 편 더 써야겠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소설. 내가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그런 소설을 써야겠다.
이번 주에는 수업을 쉰다. 쉬는 동안 합평 과제로 제출한 작품도 쓰자.
그러면 대충 연휴 기간을 포함해 남은 한 해 동안 해야 할 일이 정리되는구나.
단편 소설.
단편 시나리오.
장편 시나리오.
단막극 극본.
그리고,
브런치 북.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 과제들을 모두 완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충분히 쉬었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
고맙습니다.
연휴를 앞둔 시기지만 소도시에는 설렘보다는 시큰둥하다는 느낌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래도 퇴근 시간, 저마다의 사람들은 힘든 하루를 끝내고 따뜻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