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0일 월요일, 맑음.
추석날 비가 온다고 해 보름달을 미리 보고 왔다. 어제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호암지 생태공원을 산책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공원에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이나 오후에 공원에 온 적은 많았지만 해가 지고 산책을 나온 건 꽤 오랜만이었다. 공원 여기저기에 조명 시설을 설치해 멋진 풍경이 걷는 동안 내 눈을 즐겁게 했다. 호수 가운데에 설치된 분수에서는 물줄기도 하늘로 솟아오르고, 그 옆에는 추석을 앞둔 둥근달이 떠 있었다. 아직 꽉 찬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크고 둥근 보름달이었다. 올해 추석 보름달은 이렇게 가늠하고 내년 추석 보름달을 볼 때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하며 걸었다.
오늘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전에 자동차 기름을 넣고, 용산주공아파트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고양이들을 찍으려고 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 두 마리를 찍었는데 한 마리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 같았다. 앙증맞은 울음을 내며 사람에게 다가가길 좋아하던 녀석. 내게도 자연스럽게 다가와 애교를 피우길래 조금 쓰다듬어주며 녀석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먹을 게 뭐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다른 녀석은 이 녀석과는 영 딴판이었다. 앞으로 살날이 얼마 되지 않은 듯 털이 많이 빠졌고, 콧물과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 가까이 다가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구석에 숨은 녀석의 모습을 멀리서 담아야 했다. 이 두 녀석에 대해 내가 간섭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건 없다. 다행히 아파트 단지에는 길냥이들을 위한 먹이를 주는 공간이 곳곳에 있었다. 오늘은 두 녀석밖에 보지 못했지만 몇 달 전만 해도 단지 내에 무리로 다니는 길냥이들을 본 적도 있었다. 또 어떤 녀석은 새하얀 털로 덮여있어 귀족적인 느낌이 드는 녀석도 있었다.
지금 모두 다 어디에 있는 걸까? 몇 년 전에 서울 자취 집에서 주인댁 아이들이 길냥이를 한 마리 키웠는데 어느 날 새벽, 심한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다음날 사라진 적이 있었다. 길냥이들과의 영역 다툼에서 패해 쓸쓸히 자리를 내주고 떠난 거였다. 그 뒤로 새로운 녀석이 집 근처를 기웃거렸지만, 그 녀석도 이내 곧 사라졌다.
길냥이들의 삶도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자식들, 너희들도 보름달 아래에서 조금은 편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길.
그나저나 비 온다고 그래서 너희들도 보름달은 보지 못하겠구나.
암튼, 그렇게 용산주공아파트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두 편 봤다. 그리고 다시 집을 나서 남산(금봉산)을 등산했다. 정상까지 오르진 않고 하나의 코스를 택해 걸었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꽤 힘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피곤하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하고, 저녁 먹고, 뉴스 본 다음 이 글을 쓴다. 자기 전까지 책 읽고, 글도 조금 쓰고, ‘오징어 게임’도 좀 더 봐야겠다.
이제 연휴가 이틀 남았구나.
이틀이나 남았으니 시간을 잘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니까,
마음만은 풍요롭게,
풍요롭기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