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2021년 10월 31일 일요일, 맑다 밤에 비.

by 고귀한 먼지
10월엔 여행과 집필, 그리고 영화로 기억될 한 달이었다. 그만큼 올해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엄마의 칠순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2박 3일의 여정으로 다녀온 부산 여행.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던 기간에 다녀왔다. 영화의전당 근처에 숙소를 잡고 해운대, 용두산공원,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부산시립박물관, 광안리해수욕장 등을 둘러봤다. 부모님과 함께 평생을 떠올릴 추억을 만든다는 건 참 보람된 일이란 걸 다시 깨달았다. 이제 내 부모님도 많이 늙으셨다. 거창하게 효도까지는 아니어도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해야겠다.


비록 어제 수업에서 세 시간 내내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막극 극본이란 걸 완성했다. 초고라 아직 더 수정해야 하지만 지난 2주 동안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최소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붙잡고 글을 써 내려간 시간은 분명 나를 더 성장시켰을 거라 믿는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어제 지적받은 것도 있고, 약간 자존심 상한 것도 있으니 이를 악물고 처음부터 새롭게 수정을 해보려 한다. 단막극도 좋지만 사실은 언젠가 만들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분은 나빴지만, 어제 그렇게 지적을 받은 게 내게 더 도움은 될 거라고 본다. 수업료를 냈으니 그 대가를 받아야지. 하지만 잊지는 말자. 나태해질 때마다 어제 느꼈던 수치심을 잊지 말자.


10월엔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다 기억에 오래 남을 영화만 봤다. <노회찬 6411>, <아네트>, <휴가> 이렇게 세 편의 영화를 모두 극장에서 봤다.

<노회찬 6411>은 보고 나니 더 그리워졌고, <아네트>는 오랜만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충격적이었다. 어제 봤는데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에 용산역까지 가서 보고 온 <휴가>는 이 같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 영화의 지향점에 딱 하고 서 있는 영화였다. 아직 나 같은 놈은 감히 만들 수 없는 그런 영화. 어쩌면 흔해 빠진 말이지만 ‘진정성’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누군가는 되게 지루하게 볼 수도 있는 영화였지만 나는 1시간 반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렇게 집중해보기도 오랜만이었다. 이 영화는 꼭 감상평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오전에 그냥 집에만 있기 아쉬워 집 근처 명소를 찾아 깊어가는 가을의 풍경을 가슴에 담고 돌아왔다. 특히 하늘공원에 갔는데 내일부터 시작되는 ‘위드 코로나’ 영향인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 인파를 뚫고 씩씩하게 걸어서 하늘공원에 도착하니 억새가 바람에 물결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었다.

홀로 걸었지만 외롭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신이 났다. 앞으로 남은 2021년의 두 달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 기대를 안고 11월을 맞자. 11월도 달라지는 건 없다. 평범한 일상에 충실하고, 내 꿈을 위해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조금이라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쏟고 따뜻한 마음을 품는 것. 그렇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


그거면 된다.

이 세상에서 아직 꿈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거 하나면 된다.

난 아직 살아갈 이유가 있는 거니까.


고맙습니다.


하늘공원.jpg 하늘공원에 도착하니 갈대의 물결이 장관이었다. 오랜만에 보니 더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