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비, 바람.
지금은 비가 그치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창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니 금세 그 움직임에 빠져든다. 떠밀리고 흔들려도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 나를 붙잡는다. 할 일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겨우 이 글을 밀고 나간다. 시작했으니, 어쨌든 끝은 내야지.
11월의 마지막 날, 날씨가 심술궂다. 이젠 본격적으로 기나긴 겨울에 들어간다는 신호 같다. 12월부터 시작해 2월까지 3개월의 겨울을 보내면 다시 봄이 오고, 난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새로운 희망을 품겠지.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지.
매번 그랬지만 이번 겨울은 봄을 잘 맞기 위해 매 순간 치열하게 보내야 한다. 지난 마흔 번의 겨울보다 더 치열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지금 나는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겨울을 보내고 2022년 3월이면 나는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한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마음속에 두려움이 더 크지만, 결심은 이미 새로운 시작으로 기울었다.
전태일 열사 51주년이 되던 날 면접을 봤고, 41년 전, 광주를 피로 물들였던 학살자가 이승을 떠난 날, 합격 사실을 확인했다. 쉽지 않은 길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그 길을 가기로 했다. 꿈을 향한 나만의 길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두려움은 당연하다. 그 두려움을 뛰어넘지 못하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주저앉아 후회를 곁에 두고 살아야 한다. 물론, 도전이 꼭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해보지도 않았다는 후회는 하지 않으니 도전을 선택하는 쪽이 내게 훨씬 유리한 선택이란 걸 나는 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제 시작하는 12월과 2022년의 1월, 그리고 2월을 잘 준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1월은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가는 한 달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마냥 쉬거나 놀지만도 않았다. 건강검진을 받았고, 면접을 봤고, 백신 접종을 받았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미뤄뒀던 작품도 다시 보고, 책도 두어 권 읽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달의 절반 정도를 글로 기록했다. 글 안에는 내 소소한 일상과 사소한 생각이 담겨 있다. 한편 한편은 보잘 게 없지만 그걸 모으면 나, ‘최신웅’이란 개인의 역사가 된다. 이건 오로지 나를 위한 기록이자 치유의 과정이다.
생각해보니, 또 이번 달에는 꽤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기본적으로 서울을 드나들었다. 서울에서도 종로의 이곳저곳을 구경한 게 기억에 남는다. 또 내가 평일을 보내는 홍성과 예산을 기반으로 인접한 지역인 보령과 태안, 서산에 잠깐씩 머물렀다. 그다음 내 고향인 충주에 들렀고,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에서도 며칠 머물렀다.
낯선 곳도 좋았지만, 한때 익숙했던 곳을 걸으며 지난 과거를 추억하는 일도 꽤 낭만적인 일이란 걸 다시 깨달은 한 달이었다.
이제 12월. 2021년을 정리하는 한 달이 남았다. 조급하게 굴지 말고 천천히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또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돌아보며 한 해의 마무리를 잘하자. 아직 한 달이나 남았기에 벌써 이런 얘길 꺼내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12월 한 달을 2021년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매일 하나라도 깨닫고, 반성하고, 새롭게 다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자.
상처투성이의 몸과 마음을 이끌고, 2020년 1월 이곳으로 내려오던 때가 생각난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력감과 어떻게든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막연함으로 다시 시작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2년간의 시간을 보내며 겨우 이곳에 적응하나 싶었는데 나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 후회는 없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 때문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이 한 번뿐인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삶이란 걸 말이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