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아직 어른이라는 옷이 낯설다

8화. 서툴러도 괜찮은 나는 '어른이'

by 딩끄적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어렸을 때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28살쯤에는 결혼을 해서 30대에는 아이를 낳고, 남편과 아이와 알콩달콩 살 거라고 생각했다. 스무 살까지는 내가 그렇게 살 줄 알았다.


막상 20대가 되어보니, 20대 후반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얼마 하지도 않는데 벌써 2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농담처럼 했던 '내일모레면 서른이야.'가 현실로 다가와 기분이 이상했다. 28살에 결혼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틀어졌다. 결혼할 사람도 만나지 못했지만, 결혼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래도 30대 중반이 되기 전엔 하겠지'라며 다시 또 막연한 기대를 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일을 하면서 임용고시 공부를 병행했다. 하루하루가 정말 고달팠다. 눈뜨면 공부하다가 일을 가고, 퇴근하면 다시 공부를 하는 삶의 반복. 5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연애할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이자 사실이었고,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없었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버거워 나 하나 챙기기도 쉽지 않았다. 여전히 난 나밖에 모르는 어린아이였다.


늦게까지 공부를 해서 그런지 30대가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학생의 마음으로 살았다. 말로는 "벌써 32살이야."라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난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고,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28살에 네 살 많은 32살의 언니를 보며 한참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32살은 많은 나이이고, 결혼은 이미 늦은 것 같아 보였다. 20대와 30대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30대가 되어보니,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나이만 몇 살 더 먹었을 뿐, 내 32살도 언니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언니는 33살에 결혼을 했고, 나는 아직까지 못 했다는 것이랄까.


30대 후반인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30대 초반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결혼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어쩌면 결혼을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어린아이. 주름은 늘어가고 어른의 나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나의 마음은 아직 결혼에 닿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준비된 마음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나는 나를 스스로 '어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낯설었다. 그래서 항상 '어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나이는 어른이지만, 마음은 어리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어릴 때와는 달리 이제는 스스로 밥도 잘 차려 먹고, 아프면 병원에 혼자 잘 가고, 자동차 운전도 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 내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려고 노력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어른이지 않을까 싶은데,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난 아직 어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어린아이처럼 가끔씩 불안함을 느끼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일이 아니라, 나의 불안함과 부족함을 끌어안고,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며,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돌아보고 챙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결혼이 필수가 아닌 요즘, 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가 정말 결혼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누군가의 아내로, 며느리로 살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전에,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전에,

나라는 사람이 올바로 잘 서 있는지,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지 나에게 묻고 있다.

내가 단단할 때, 누군가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어른으로 살아가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 나밖에 모르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의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처럼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 완벽한 어른은 될 수 없겠지만, 서툴고 느리더라도 내 마음속 어린 마음까지 사랑하고 포용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렇게 '어른이'에서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

keyword
이전 07화눈이 높다고? 그냥 내 마음에 솔직할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