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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있을 곳을 다녀야지!

6화. 남자가 있을 곳. 그곳은 대체 어디인가.

by 딩끄적

아는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 이번 주 토요일에 뭐 해?

- 나 친구랑 강화 가기로 했어.

- 강화 좋네~ 근데 강화 가서 뭐 하게~

- 밥 먹고~ 카페 가고~ 바다 보고~?

- 친구가 남자야?

- 아니, 당연히 여자지.

- 여자 둘이 그런 데만 다니면 뭐 해! 남자가 있을 곳을 다녀야 연애를 하지!



단골집 사장님이 물었다.


- 너는 왜 맨날 여자들이랑만 오냐. 남자를 한 번도 안 데려와.

- 내가 아무 남자나 여기 데려오겠어요? 내 단골집인데?! 결혼할 사람 아니면 안 데리고 올 거예요~~

- 아니 이제 좀 만나야 할 거 아니여. 닭 먹으러 와서 맨날 술도 안 먹고, 음료수나 마시고.

- 아닌데요? 나 음료수 안 마시고, 물 마시는데? 크크크크

- 술도 마시고 그래야 남자를 만나지! 맨날 지들끼리 와서 이러고 있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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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있을 곳. 그곳은 대체 어디인가.

술 마시는 곳을 말하는 건지, 클럽을 말하는 건지.

이제 클럽은 나이 때문에 잘려서 못 들어갈 텐데 말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솔로인 남자가 올 만한 곳이 아니긴 하다.

도시도 아닌, 한적한 강화나 경기도 외곽의 카페.


그런 곳에서 만나는 남자는 셋 중 하나다.

유부남이거나, 커플이거나, 여자에게 관심이 없거나.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남자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한다는 걸.

내가 배우고 싶은 건 공예, 피아노 같은 거고, 좋아하는 운동도 딱히 없다.

그나마 살고자 하는 마음에 하는 헬스.

그것도 여성 전용 헬스장을 다니다가 최근엔 큰 규모의 헬스장으로 옮겼지만, 이마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가고 있다. 물론 간다고 남자를 만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는 시간대엔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오신다.


남자가 있을 곳은 안 간다는 건 나도 잘 안다.


30대 초반에는 동호회라도 들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들려니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서 만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 모를까, 억지로 찾아가며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랑 둘이 "우리 노는 장소를 좀 바꿔볼까?" 이야기해봤지만 결국 바꾸지 못했다. 둘 다 술을 안 좋아하고, 본업에서 시끄러운 곳에 있다 보니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를 더 선호했다. 그래서 도시 외곽을 자꾸 찾아다닌다. 이런 우리의 힐링 스폿을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이유로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억지로 바꾼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남자가 없는 장소를 즐겨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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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라디오스타' 프로그램에 안선영 님이 출연해 이런 말을 하셨다.

"여자들이 화장하고 브런치 카페 가고 사진 찍고 SNS에 올려봤자, 남자들이 안 쳐다본다.

그런 곳에 오는 남자들은 여자친구 따라왔거나, 서빙하는 남자에게 관심 있는 게이다."


"유행하는 블로그에 나오는 카페에 가지 말고, 강남역 S생명 뒤에 소박한 술집에 가라.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평일 저녁 시간에 가면

양질의 착하고 공부 잘하는 멀쩡한 남자들이 목에 사원증을 걸고 있다."


"몸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금요일 저녁 헬스장으로 가서 술 안 마시고 운동하는 남자들을 공략하라."


"괜찮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자기가 원하는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라."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맨날 집-직장-동네 혹은 도시 외곽의 조용한 카페만 다니는 나에게 기회가 없는 건 당연했다. 애초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다녔으니까. 사람 없고 조용한 공간을 찾아다녔다. 어쩌면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찾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도 안다. 괜찮은 남자를 만나려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걸. 하지만 아직은 그만큼 간절하지 않은가 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이 여전히 먼저인 걸 보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처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하는 일을 먼저 하는 중이다. 그래서 아직은, 나에 대해 먼저 더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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