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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결혼, 제가 알아서 할게요

4화. 서로의 삶을 존중해 주세요

by 딩끄적

20대에는 결혼한 친구가 거의 없었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친구도 드물었다. 그만큼 우리 세대는 결혼보다는 자신의 삶과 일에 더 집중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직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동료들도 기혼자였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기혼자들은 종종 내 삶을 부러워하곤 한다. 자기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가정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게 부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단순히 '부럽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생각한다. 미혼인 나는 누군가의 안정된 가정이 부러울 때가 있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에 대한 막연한 갈망이 생기는 것 뿐이다. 결국,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삶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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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혼자들이 나에게 꼭 하는 공통된 말이 있다. 바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그 말들이 상황에 따라 정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결혼하지 마. 혼자가 훨씬 편해. 나 같으면 능력 있으면 그냥 혼자 산다."


또 어떤 이는 이렇게 조언한다.

"결혼은 꼭 해야지. 좋은 사람 만나면 얼마나 좋아."


가장 곤란했던 말은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사람들이었다.

행복할 땐

"너도 빨리 결혼해. 우리 같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자."

힘들 땐

"넌 결혼하지 마. 진짜 별로야. 왜 했는지 모르겠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언제나 내 결혼에 대해 말하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나는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넉넉한 형편도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실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에 목매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아직 결혼하지 않았기에, 나중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나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결혼에 대해 "해라, 마라"하는 말은 조심스러웠으면 좋겠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되고 속으로 이런 말이 떠오른다.


"내 결혼, 내가 알아서 할게. 그만 좀 말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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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런 말을 한 적도 있다.

"결혼을 안 하려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그럴 사람이 없어서 못 하는 거야. 사람이 생기면 하겠지. 그러니까 결혼에 대해 너무 쉽게 얘기하지 말아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여전히 내 인생에 대해 자신의 잣대로 조언을 건넸다.


물론, 말없이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하면 좋지. 하지만 그건 자신의 선택이야."

그들은 이렇게 말하며 나를 존중해 준다.


결혼 얘기 없이도 그저 나라는 사람에 집중해 주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나누며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다.

사실, 이게 당연한 태도일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온 탓인지 이런 자연스러운 존중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미혼이 걱정돼서, 또 누군가는 혼자보다 함께가 낫다는 마음에서 결혼을 권하는 말을 건넨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이건 내 인생이다.

내가 먼저 조언을 구할 때는 그 말이 정말 고마울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땐, 그건 조언이 아니라 간섭이고, 관계의 선을 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제발, 누군가의 결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따뜻한 축하를,

혼자 살아가고 있다면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안부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렇게,

말보다 마음으로 서로의 삶을 조용히 존중해 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관계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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