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이제는 조금 궁금해졌어요
엄마가 나에게 결혼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던 때는 30대 초·중반이었다.
"이제 너도 적은 나이가 아니야. 결혼 생각 해야지~"
그러면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언니랑 오빠를 팔아먹곤 했다.
"내 앞에 차가 두 대 있잖아~~ 먼저 빠져야 내가 가지~"
그러면 엄마는 답답해하시며 다시 말씀하셨다.
"이제 순서가 어딨어. 임자 있는 놈이 먼저 가는 거야. 넌 네 애가 어떨지 궁금하지도 않아?"
30대 초반의 나는 당당하게 말했었다.
"응! 하나도 안 궁금해!"
그 말을 들은 엄마는 기가 막혀하셨지만, 곧이어 행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는 너희들 어릴 때가 가장 행복했었는데. 얼마나 예뻤는지 알아?"
그 순간 나는 미래의 내 아이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어릴 적 나를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땐 그랬다.
엄마는 결혼에 대해 압박을 주는 부모님은 아니다. 그렇다고 말씀을 안 하시는 것도 아니다. 30대 중반이 넘으면서부터 엄마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신다. 주로 친구분들의 손주 이야기를 듣고 오셨을 때다.
"누구는 손주가 벌써 몇 살이라는데, 나는 죽기 전에 손주나 한 번 볼 수 있으려나?"
"아휴, 남들은 손주 보느라 힘들다는데, 나는 그 흔한 손주 하나 없네."
그럼 나는 불효자식의 탈을 잠시 쓰고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엄마는 손주만 없지! 나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그렇게 등짝 한 대를 맞고 나면 대화는 끝난다. 휴- 이렇게 오늘도 고비를 넘겼다.
요즘 SNS를 보면, 부모님의 30대 초반과 우리 세대의 30대 초반을 비교한 그림이 있다. 부모님의 30대 초반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어른의 모습이었는데, 우리 세대의 30대 초반은 누워서 먹고 노는 철없는 아이의 모습이다. 내 30대 초반도 그랬다. 남들보다 일찍 철들었다고는 했지만, 결혼에 관해서만큼은 아이와 다름없었다.
이랬던 내가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노산의 길로 접어든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그때부터 약간의 초조함이 생겼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나이가 많아서 못 낳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었다. '안' 낳는 것과 '못' 낳는 것의 차이랄까.
그리고 작년부터는 조금씩 궁금해졌다.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주위에서 원래 아이를 예뻐하지 않던 사람들이, 자기 아이를 낳고 나서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 아이는 그렇게 예쁘다던데, 얼마나 예쁠까? 지금 내가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 대체 무슨 마음일까?'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비로소 내 아이가 궁금해졌다. 아직 남자친구도 없고,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고, 정말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내 아이는 과연 어떤 아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