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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없어요." 대답 후 나온 다음 질문은?

3화. 죽마고우 질문들

by 딩끄적

"결혼하셨어요?"


이 질문에는 늘 따라붙는 단짝친구가 있다. 바로 "남자친구 있어요?"다. 이 둘은 마치 세트처럼 붙어 다닌다. 죽마고우라도 되는 듯, 어디서든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내가 "남자친구 없어요."라고 대답하면, 이번엔 또 다른 친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결혼하셨어요?"

"아니요."

"남자친구 있어요?"

"없어요."


"빨리 좋은 사람 만나야지?"


결혼 관련 질문들은 하나의 '질문 루틴'처럼 이어진다. 이 친구들은 한 세트인 것처럼 늘 붙어 다닌다. 참 사이도 좋다, 이 친구들.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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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 살아가기엔 어려운 곳이다. "혼자서도 잘 살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곁에 마음을 나눌 누군가는 대부분 있다. 혹은 그런 누군가를 찾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가족과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은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니까.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건 아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사랑이야기에 유독 관심이 많다. 가까운 사이든 처음 보는 사이든, 대화의 중심엔 늘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보통 인간애가 아니라, 연애와 결혼 같은 남녀간의 사랑이다. 그래서 '결혼하셨어요?', '애인있어요?' 같은 질문은 어디서든 등장한다. 이 관심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당황스럽고, 때로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엔 "내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됐구나."하며 웃어넘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남의 사랑에 관심이 많지?"

이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 그 질문들이 불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을 하건 말건, 그게 당신에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 질문들이 하나의 경계선을 넘는 말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도 처음으로 "나도 노처녀인가?"라는 자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괜히 움츠러들었던 걸 보면.




지금도 나는 사람들이 타인의 연애와 결혼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드라마에 몰입하는 걸까. 반면 나는, 사랑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망설인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마음이 내 안에 함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연애 드라마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조용히 그려낸 휴먼 드라마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이 취향도 바뀔 수 있겠지만.




그리고 또 들리는 그 말.


"빨리 좋은 사람 만나야지?"


나는 '빨리'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30대 후반, 40대가 멀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서두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늦었기 때문에, 오히려 조급하지 필요가 없다고.

'빨리'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서둘러 만난 인연이 정말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어쩌면 서로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무책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그 말은 조금만 아껴주면 좋겠다.

"빨리 좋은 사람 만나야지?"


우리도 안다. 이미 늦었다는 걸.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급할 이유는 없다.

지금 이 시간도, 생각보다 꽤 괜찮다.

조금 늦은 이 순간에도 나름의 즐거움과 평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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