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걸까?
나는 88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37살이 되었고 아직 미혼이다. 최근 지드래곤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88년생 연예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대부분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주변을 봐도 그렇다. 결혼한 친구들도 있지만, 여전히 미혼인 친구들이 더 많다.
SNS에서 88년생 국내 거주자의 혼인 여부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 조사했는데, 남성은 기혼 27.1%, 미혼 72.9%로 미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여성은 기혼 47.9%, 미혼 52.1%로 거의 반반이었다. 나 역시 이 통계에 한몫하고 있다.
나는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20대의 나는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할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 30대 후반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같은 마음이다.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을 할 것이다.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 후반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이유가 결혼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아니면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나도 딱히 급한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나이에 쫓겨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주변에서는 왜 남자를 만나지 않느냐고 묻지만, 일부러 안 만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먼저 찾지 않을 뿐이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굳이 찾을 생각이 나지 않을 뿐이다.
스레드에서 어떤 분이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괜찮은 미혼자들을 묘사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혼자서도 잘 지내고, 소개팅을 부담스러워하며, 천연기념물처럼 숨어 산다고 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나 역시 혼자 자기계발을 하고,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며, 가끔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삶이 꽤 만족스럽다.
소개팅이 들어오면 나가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를 만날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감정소모가 너무 크다. 소개팅을 하는 순간부터 관계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감정적으로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만남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나는 점점 천연기념물이 되어가고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서식하며, 글을 쓰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내 인생을 즐기는 중이다.
천연기념물인 내가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