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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듣는 질문, "결혼하셨어요?"

2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까요?

by 딩끄적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사회생활에서는 이미 직급이나 호칭이 정해져 있어 굳이 나이를 확인할 필요가 없지만, 여전히 관례처럼 서로의 나이를 묻는다. 사실 나부터도 그랬으니, 뭐라 할 수는 없다.


"몇 살이에요?"라는 질문에 "서른 몇 살입니다."라고 대답하면, 30대 초반까진 "그렇구나.", "동안이시네요." 같은 가벼운 인사말이 따라왔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면서부터는, 꼭 그다음에 따라오는 말이 생겼다.


"결혼하셨어요?"


특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결혼을 했을 거라 여기는 눈빛으로 묻곤 한다.

"아니요, 아직이요."라고 대답하면, 대부분은 놀란 듯한 표정과 함께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덧붙인다.


- 아유, 왜 아직도 결혼을 안 했어?

-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냐?

- 남자친구는 있어요?


초면에, 너무 가볍게 건네기엔 조금은 깊은 질문들이다. 갑작스레 날아오는 말들에 순간 움찔하지만, 정작 내 입에서는 "그러게요~"하고 웃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 한켠엔 작은 쓴웃음이 돈다.


'그러게요, 제가 눈이 높나 봐요. 그쵸?'


예전엔 이런 질문이 꽤 불쾌했지만, 이제는 워낙 자주 들으니 무뎌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처음 보는 사이이기에 쉽게 물을 수 있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미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물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결혼한 친구들은 "꼭 결혼 안 해도 괜찮아."라며 내게 위로를 건네고, 결혼할 생각이 없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시선이 더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비혼주의는 아니다.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결혼하셨어요?"라는 질문이 이제는 불편하지는 않지만, 반갑지도 않다. 나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그 사람의 결혼 여부를 굳이 묻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특별히 배려해달라는 건 아니다. 다만, 초면에 인사를 빌미로 너무 깊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 만난 사이에는, 이름과 나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 이상의 질문은 조금 천천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서로의 삶에 대한 배려와 적당한 거리감, 그게 쌓인다면 진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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