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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박사 Jun 24. 2021

타이탄아룸

반댈루행성의 밍맹몽 #28

제비꽃의 비밀

“그런데 마을에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그것도 무슨 이유가 있나요?”

밍이가 갑자기 궁금해졌는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왠지 할아버지는 마을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냄새가 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

“냄새가 나는 게 무슨 뜻이 있나요? 냄새가 나니까 나는 거죠.”

“그러니까 지구인들은 무식하다고.”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밍이가 갑자기 흥분해서 말했다.

“그래, 알았다. 내가 정리해 주마. 냄새는 냄새 분자가 코의 점막에 붙은 다음 후각신경에서 이를 감지해서 기억 속에 들어있던 냄새 자료를 찾아 머리가 인식할 수 있게 해 주는 거란다.”

할아버지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후각신경을 마비시키면 결국 냄새를 못 맡게 하는 거지.”

“그럼 후각신경을 마비시키는 뭐가 있다는 건가요?”

“그래, 따라와라.”

할아버지는 스피더를 타고 길을 안내했다.

“어? 여기는 우리가 처음 마을로 들어온 입구 절벽 아닌가요?”

그랬다. 할아버지는 밍맹몽을 데리고 입구로 나왔다.

“저 절벽 위에는 동굴이 하나 있다. 한 번 올라가 보면 답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밍맹몽 일행는 모두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절벽 위 뒤편에는 보라색 꽃으로 가득했다. 마치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 놓은 것 같았다.

“제…, 제비꽃….”

앞에는 작은 동굴이 하나 있었다. 밍맹몽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을 가지고 동굴로 들어갔다. 한 시간 정도 들어갔을까. 마치 동굴을 들어가는 시간이 1년은 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어? 동굴의 끝?”

동굴의 끝처럼 보이는 막다른 길 끝에 누군가 미리 와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 넌 가이드 마하장가 아냐? 여기서 뭐하는데?”

몽이가 웃으면서 물었다.

“지구인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할아버지는 마하장가에게 공손하게 말을 꺼냈다. 마치 집사가 주인에게 말하듯이.

“그래…, 너희들. 이 꽃이 뭔지 아니?”

동굴의 끝에는 사람 키보다 더 큰 꽃봉오리가 있었다.

“이 꽃의 이름은 반댈루타이탄아룸이라고 해.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이지. 반댈루행성에서는 150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우는 희한한 꽃이야. 오늘이 150년이 되는 그날이라고.”

“우와, 정말 크다. 그런데 주변 제비꽃은 뭐고, 동굴에 이 식물을 키우는 이유가 뭔가요?”

이번에는 맹이가 물었다.

“이곳은 노아의 방주 같은 곳이야. 행성에서 멸종되는 식물의 종자를 구해서 키우지. 이 꽃은 반댈루행성에서 딱 한 그루 남은 타이탄아룸이야.”

“그게 제비꽃하고 무슨 상관이지?”

“반댈루타이탄아룸은 다른 이름으로 시체꽃이라고도 불러. 마치 시체 썩는 냄새처럼 악취가 나지. 사람들이 이 냄새를 맡고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이 꽃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그럼 제비꽃은….” 

“제비꽃에는 이오논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어. 이오논은 후각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하지. 제비꽃의 작용으로 후각을 마비시키면 이곳에 타이탄아룸이 있다는 사실도 모를 거야.”

이유는 멸종 꽃인 반댈루타이탄아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꽃봉우리가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어? 이것 봐! 꽃이 열리고 있어!”

반댈루타이탄아룸은 지구에 있는 타이탄아룸보다 훨씬 컸다. 높이만 사람키 두 배가 훨씬 넘었다.

“150년이 지나야 꽃을 피운다는…. 그게 바로 오늘이었어.”

꽃이 서서히 펼쳐지자 가운데 기둥처럼 보이는 꽃차례에서 뭔가 반짝이고 있었다.

“어? 열쇠다!”

그리고는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생명이 피어나는 곳, 부디 반댈루행성을 지켜 주기 바랍니다.”     

열쇠는 반댈루 행성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꽃 속에 있었다. 비밀 열쇠 하나만 모으면 이제 밍맹몽은 지구로 돌아간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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