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나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매일 가던 길, 매일 타는 버스 그리고 매일 듣는 노래. 노래는 주기적으로 바뀌지만 한 번 좋아한 뮤지션을 오래도록 좋아한다. 하나의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닳을 때까지 듣는다. 어느 날은 가사를, 어느 날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듣는다.
노래 취향만큼이나 음식취향도 한결같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커서도 좋고, 닭으로 만든 음식 역시 지금까지도 좋아한다. 새로 생긴 식당에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주 가던 곳, 그때 앉았던 자리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해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게 좋다. 새 옷과 새물건을 좋아하지만, 어쩐지 조심스러워서 어느 정도 낡아 내 몸과 손에 익은 그 느낌이 좋다.
익숙한 걸 좋아하는 나라도 여행을 가면 해보지 않던 것을 하려 노력한다. 여행지에 가면 프랜차이즈 커피가 아닌 그 지역에만 있는 커피숍을 골라 커피를 마신다. 낯선 동네에 들렀으니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은 거다. 음식 역시 좋아하지 않아도 그곳에서 유명한 음식을 먹는 편인데, 메뉴 선정에 실패하더라도 여행의 추억쯤으로 남겨둘 수 있으니 마음이 좀 넓어진다.
익숙한 게 좋은 나는 아무리 고급호텔이어도 우리 집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에머니티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만다. 새하얗고 포근한 침구류도 퍽 마음에 든다. 그런데도 집으로 돌아가면 '역시 집이 최고야!"하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지만, 아무래도 나는 익숙한 것에 더 마음을 뺏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