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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May 09. 2024

의심이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관찰일지 5일 차 [2024. 5. 9. 목]


집안 어른   분이 사주를 보러 가신다고 했다.  유명한 곳인지  주를 기다리셨다. 가는 김에 나의 사주도 봐주셨는데, 종이  장에 과거와 미래가 가득 적혀 있었다. 찬찬히 읽어 보며 지난날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것을 한참 읽다 보니 어쩐지 그렇게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 의심을 많은 줄 알았는데 이걸 그대로 믿네하며 다시 종이를 접었다.


종이를 접어도 그 속에 글자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러이 춤춘다. ‘그때쯤 무얼 하고 있겠구나’ 종이를 펼치기 전에 몰랐던 미래를 떠올리던 순간,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었나’ 만나지도 못한 사람이 전해온 이야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낯선 모습이다.


낯선 모습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불현듯 ‘조심해서 나쁠 거 없잖아’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러니 철학관이나 점집이 없어지지 않는 거겠지. 내 사주는 성격만큼이나 둥글둥글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사이좋게 펼쳐져 있어, 불안과 안심 사이를 오갔다. 그리고 굳이 사주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어쩐지 점집의 후기처럼 ‘정말 용하다’까지는 아니었기에 참고만 하기로 했다.


참고만 하기로 했다지만, 종이를 받아 들었을 때 어떤 이야기가 쓰여있는지 매우 궁금했다. 마치 여기에 인생의 답이라도 적힌 것처럼. 다행히도 받아 든 종이에는 엄청난 비밀이나 해결책이 담겨 있지 않았다. 이전처럼 살아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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