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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May 14. 2024

당신의 마음은 어땠나요?

관찰일지 7일차 [2024. 5. 14. 화]


싫어하는 게 없다고 여겼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싫은 것이 있었다. 배려 없는 말을 싫어하고, 툭툭 내뱉는 말투도 싫어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것도 싫어한다. 이렇게 싫어하는 것들을 떠올려 보니 태도와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몇몇 친구들과 깊게 사귀는 걸 좋아하는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툭툭 내뱉는 말을 싫어한다. 그런 말들을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게 잘 되지 않아 어느 날은 이부자리에 누워서까지 속상하기도 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말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아직도 잘 되지 않는다. 혼자 끙끙 댈 뿐.


몇 해 전 유독 성격이 까칠한 선배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하는 내게, "수민 씨는 퇴근할 때만 기분이 좋구나?"한 적이 있다. "네?"라고 어리둥절한 내게, "아침에는 죽상을 하더니"하고 혼잣말을 했다. 당황해서 가만히 서 있으니 "간다며? 안 가고 뭐 해?"라고 쏘아붙인 일이 있었다. 신경 쓰이는 말 한마디에 집에 와서도 '그 선배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정말 그랬었나'하고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언니가 "퇴근했는데, 회사 일을 뭐 하러 신경 써. 내버려 둬. 너 먼저 퇴근하니 기분 나빴나 보지"라고 일러주었다.


언니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 사람이 까칠한 태도를 보인 것은 나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인사를 하는 사람에게 그토록 무안을 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단지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고, 본인은 야근하는데 후배가 도와주지도 않고 가버린 게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그것은 그 선배의 마음의 문제지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쓴다. 짧은 메시지를 보낼 때도 혹여나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대화창을 보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마음 같지 않은 사람을  때면 은근히 속이 상하 했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다를 뿐이지 고의로  마음을 상하게 하려던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물론,  선배처럼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살다 보니 종종 있더라. 이런 사람은 피하는  상책이라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거리를 두는 쪽이다. 같은 회사를 다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얼굴을 맞대지 않고 지낼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물론, 메신저, 이메일로 만나도 싫은 사람은 싫었지만.


내가 존중받지 못하다고 느낄 때면 분개했다.  상황은 물론, 상대의 말투와 표정까지도 싫었다. 예전에는 상대가 불편한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면, 이제는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는 여유를 조금은 가지게 됐다. 그런 나를 만날 때면 어쩌면' 조금은 성숙해진 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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