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나
휴일에 맞이한 마지막 퇴근길, 어쩐지 감상에 젖어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주변이 소담하고 잔잔해서 좋았다. 하교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회사의 장점 중 하나로 넣어두었다. 퇴사하는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아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흐드러지게 핀 장미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좋아서 풍경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짐을 조금씩 들고 가서 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남아있는 짐 몇 가지와 그동안 수고했다고 주는 사장님의 선물까지 더해져 양손 가득 무겁게 짐을 들려 있었다. 휴일이라 지하철 안은 한산했지만, 가방에 짐에 앉는 것보다 서 있는 편이 나아서 선 채로 목적지에 다다르길 기다렸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집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가버린 상황. 어쩔 수 없이 버스 정류장 간이 의자에 짐을 내려놓았다. 손끝이 빨개져 있었다. 뻐근한 팔을 돌리며 서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내 짐 주위를 서성이셨다. 이곳은 앉는 자리지 짐을 두는 곳에 아님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짐을 곁으로 조금 치워도 아주머니가 앉기는 비좁아 보였고, 나는 “앉으세요”하며 짐을 들었다. 가벼운 목례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주머니는 내가 짐을 치우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앉으셨다.
내가 원해서 양보해 놓고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아주머니를 보니 괜스레 심술이 났다. ‘나 참 못났네. 인사받으려던 건 아니잖아’하고 속엣말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어쩐지 두 팔에 들린 짐이 더욱 무거워졌다. 나는 아무래도 마음이 주변 상황에 따라 변하는 변온동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