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과 함께일 때의 나
퇴사하고서 언니와 함께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두어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대학생 때 한 번, 지금의 남편과 연애할 때 한 번 가보았다. 여름휴가로 제주에 가려고 예약을 다 했는데 태풍으로 비행기가 뜨지 않아 급하게 강릉으로 떠난 기억이다. 강릉에 있는 내내 비가 쏟아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다음날 비가 그쳤다. 그 후로도 남편과 여행 가면 자주 비가 왔던 기억.
언니는 날씨 요정인데 오늘은 전국이 흐리다. 강원지역에는 비 예보도 있고, 근데 지금은 서서히 해가 뜬다. 바다 근처 숙소에 짐을 내려두고 바닷가 먼저 산책해야지. 이런 날엔 신발을 벗어두어도 좋겠다. 그 후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관람해야지. 서울에 살 때는 종종 갔는데 (언니가 미술관을 좋아한다.) 부산에 산 뒤로는 딱 한 번 갔었다.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라 살짝 설렌다.
거기에 강릉에는 바다, 커피, 박수민 본인이 좋아하는 게 다 있다는 언니와 함께니 행복하지 않을까. 둘의 취향은 정말 다르고 대부분 맞지 않지만, 여행지에서는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지니까. 결혼 전 그녀는 나의 동거인이자 여행메이트였으니 이번에도 함께 잘 다녀오려고 한다. 날씨만 화창하면 더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