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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May 08. 2024

가끔 그런 밤이 있어요

관찰일지 4일차 [2024. 5. 8. 수]


가끔 뜻 모를 우울이 밀려올 때가 있다. 보통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는데, 이부자리에 몸을 뉘이는 순간 목울대에서 뜨거운 슬픔이 왈칵 터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을 만난 날은 그저 가만히 누워 오늘 하루를 떠올려본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상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온종일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는지 그것도 아니면 뭔가 실수를 해놓고 수습할 생각을 하니 불안한 건지 이 우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이유를 되짚어본다.


애정해마지 않는 양재웅 정신과 의사는 감정에 이름 붙이는  좋다는데, 이유를   없는 감정에는 어떤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은 새벽을 한참이나 지나 있다. 익숙한 새벽인  유튜브를 켜고  읽어 주는 채널켠다. 평소라면 펼쳐보지 않을 법한 책을 낭독해 주는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한다. 어느 날은 금세 잠들고,  어느 날은 딴생각하느라   이루기도 한다.


우울은 대부분 어둠과 함께 찾아왔다 빛과 함께 사라지는데, 때로는 날이 밝아도 내 곁에 머무르기도 한다. 그럴 땐 스스로를 채근하지 않고 우울을 짐짓 모른 척한다. ‘왜 우울한 거지?’라는 생각에 빠지면 정말로 지하 깊숙이 곤두박질칠 것 같기 때문에. 그저 그럴 때는 기분을 좀 더 세심히 살피고, 스스로 마음을 더 잘 도닥이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우울은 며칠 내 곁을 머물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뜻 모를 우울은 불쑥 찾아왔다 또 홀연히 사라지지만 언제고 만나도 달갑지 않다. 언제가 되면 이 우울감에 무력해지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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