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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 궁금한가요?

by 박수민

열네 번째 이야기 [2024. 2. 5. 월]


옆지기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꼭 좋아요를 누른다. 출퇴근길에 부족한 잠을 자면서도 항상 좋아요를 꾹 눌러준다. 글이 좀 긴 날에는 ‘정말 다 읽었을까’ 싶지만, 부부라 해도 모든 시간을 공유하지 않기에 ‘어느 틈엔가 읽었겠지’ 한다. 가끔 자기와 해보지 못한 것들이 글에 나오면 득달같이 채근하는 걸로 봐선 꼼꼼히 읽나 보다.(아마 이 부분도 뭐라고 하겠지)


요즘 들어 매일매일 글을 올리는 나를 보며 남편은 “도대체 언제 글을 쓰는 거냐”며 묻는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미라클모닝을 할리는 없고, 회사에서 한가롭게 글 쓸 여유도 없을 텐데 도대체 언제 쓰냐는 거다. 나만의 서재이자 작업실은 바로 나의 침대다. 스탠드를 켜놓고 한 글자 한 글자 생각을 옮기다 보면 그날 저녁에 발행할 원고가 완성된다. 밤잠이 적은 나는 주로 밤에 무언가를 한다. 내가 알기론 남편도 밤잠이 없는데 새벽 기상으로 인해 머리만 대면 꿈나라로 달려간다.


내가 원고를 쓰는 걸 본 적 없는 남편은 언제 쓰는지 궁금하겠지만, 난 매일밤 당신의 얕은 숨소리와 코 고는 소리는 들으며 원고를 쓴다. 가끔은 새어나가는 빛에 잠을 깰까 쳐다보면 당신은 아주 우렁찬 코 고는 소리로 마음껏 써보라며 응원해 준다. 힘찬 응원의 소리를 들으며 힘든 줄도 모르고 쓴다.


주말이라 함께 브런치를 먹었다. 우리의 브런치에는 빵이 없다. 대신 이것저것 넣고 끓인 라면을 함께 먹으며 나는 “아 여유로워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아니 9시에만 일어나도 매일 이렇게 여유로울 텐데요”라고 말했다. 순간, ‘남편의 눈에 내가 게을러 보이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평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나 때문에 걱정이 많은 남편을 알기에 조용히 말을 삼켰다.


그 말대로 오전 9시에 일어나면 여유롭겠지만, 나는 오전보다 조용하고 잔잔한 늦은 밤 혹은 새벽에 글을 쓰는 게 좋다. 누구는 미라클모닝을 하며 글을 쓴다는데 나는 그만큼 바지런하지 못하다. 캄캄한 주변을 스탠드 불빛으로 밝혀가며 글을 쓰는 게 좋다. 오전에는 그날 기분에 따라 노래도 들어야 하고, 또 노래에 맞춰 어울리는 캡슐 커피 향도 골라야 한다. 드르륵 커피 추출이 시작되면 다시 또 얼마간은 향을 음미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분위기에 젖어 이젠 책을 읽고 싶어 진다. 글쓰기는 그렇게 우선순위에서 조금씩 뒤로 뒤로 밀려난다. 그와 달리 밤의 글쓰기는 텅 빈 화면과 조금씩 채워져 가는 문장만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밤의 글쓰기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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