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2024. 2. 2. 금]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 마음에 가장 소홀한 사람은 바로 나다. 내 몸에 자리 잡은 죄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덩그러니 놓여 있다. 다른 사람에겐 상냥한 낯으로 안부와 마음을 전하면서 스스로에겐 생략한다. 그게 당연한 거여서 마음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다 어느 순간, 서운함을 한꺼번에 폭발할 때가 있다. 마음의 대폭발은 좀처럼 달래기가 힘들다.
이건 스트레스와 달라서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노래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들도 소용없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마음마저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게 습관이 돼서 마지막 남은 다정함까지 쥐어짜 낸 덕분에 마음의 총량을 다 써버렸다. 이럴 때 가만히 거울을 보면 텅 빈 나와 마주한다. 그 어떤 것에도 의욕이 없는. 육체의 힘으로 겨우 몸을 씻기고 눕혀 그대로 잠을 청한다. 하지만 자기를 달래주지 않는 주인에게 잔뜩 화가 난 마음은 잠들 생각이 없다. 알 수 없는 우울과 불안을 한 번에 혹은 순서대로 꺼내 보이며 이부자리를 진흙탕으로 만들고야 만다.
그러면 조용히 펜을 꺼내든다. 지금 드는 마음의 생각들을 잔뜩 쏟아내고 나면 그제야 잠이 조금 오기 시작한다. 늘 이런 식이다. 나는 도무지 내 마음에는 관심이 없고 참다못해 소리소리 지르면 그제야 ‘많이 힘들었구나’하고 슬쩍 봐준다. 아직도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에 항상 마음고생이다.
마음과 사랑은 줄수록 커진다는데, 나를 향한 마음 하나쯤은 뚝 떼어내도 티도 나지 않을 텐데. 오늘은 나를 위한 마음도 곳곳에 슬쩍 묻혀 두어야겠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에는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보듬어 주며, 타인을 대하듯 그렇게 나를 보살펴야겠다. 오늘도 내 안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수고 많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