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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움이 상대를 비출 때

by 박수민

열다섯 번째 이야기 [2024. 2. 6. 화]


외로워 보였다. 길게 줄 지어 선 그의 문장을 읽으며 나는 문득 외로움을 느꼈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 예쁜 카페도 가고 수다도 떨고, SNS에 알찬 일상도 올리는데 나는 그가 외로워 보였다. 곁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니까.


나는 외로움을 느낄 때면 홀로 있는 걸 선택한다. 예민한 편인데, 외로운 마음이 드는 날 누구를 만난다면 나의 외로움이 사소한 행동에도 서운함을 증폭시킬 것만 같다. 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롭다 싶을 때는 홀로 시간을 보낸다.


외로움은 시간 같기도 강물 같기도 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 버린다. 외로움이 내게서 가실 때 누구를 만난다. 그건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허하면 상대의 장점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내 마음에 박힌 가시가 어느 날은 나를 찌르고 어느 날은 상대를 찔렀다. 그렇게 서로 피범벅인 된 채 결국 외면하고야 마는 것이다. 반면 마음이 잔잔할 때 만나는 사람은 대체로 그 인연이 오래 이어진다. 언젠가 서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지라도 저 사람은 이럴 때 이런 모습을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나는 그런 평온하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좋다.


SNS을 보다 보면 나만 밋밋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예쁜 카페도 북적북적한 모임도 선호하지 않는다. 타고나길 집순이다. 며칠간 신발 한번 신지 않아도 전혀 갑갑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군가 나는 밖으로 끄집어내 주면 또 신이 나서 잘 논다. 내향과 외향 그 어디쯤에 있는 나는 친한 사람들과 속닥속닥 만나는 게 좋다. 예전에는 친한 모임에 낯선 사람이 나온다는 소리를 들으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곤 했는데, 이제는 친한 사람 언제 또 만날지 몰라 얼굴 볼 겸 약속 장소로 향한다. 여기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존재한다.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것만 곁에 두다 보니 사람도 장소도 새로울 게 없어진 탓이다. 낯선 사람이 또 나와 너무 잘 맞을지도 모르기에.


글을 쓰고 보니 외로웠던 건 그 사람이 아닌 나였나 보다. 나의 외로움이 그 사람마저 외롭게 보이도록 했나 보다. 다시 보니 그녀의 미소는 너무나 해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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