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도, 파이어족도 아닌 그 사이
"너도 이제 사회인인데 옷에 돈을 써야지”
우리 엄마가 늘 하는 말이지만, 다만 내가 잘 듣지 않는 말이다. 나는 옷에다 돈 쓰는 것이 아깝게 느껴진다. 이만 원짜리 상의나 십몇 만 원짜리 옷이나 보기에 다 비슷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싼 옷이라고 옷의 질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비싼 옷 대신 좀 저렴한 옷을 사게 된다.
나에게 월급이란 처음 만져보는 자유였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경제적 자립, 즉 부모님에게 돈을 타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고, 원하는 단체에 후원도 하고, 저축하며 돈을 모으는 것도 좋았다. 여웃돈은 다 저축을 하고 있다. 주식을 20만 원어치 했다가 (하필이면 넷플릭스랑 디즈니에 넣었다) 손해를 보고 팔았다.
커뮤니티나 인스타 등의 트렌드를 보면 욜로와 파이어족으로 나뉜다. 이전에는 욜로가 좀 더 많았다면,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져 파이어족, 아니면 경제적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은 편이다. 나는 둘다에 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두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이 모두에게 권장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욜로는 욜로대로, 파이어족은 파이어족대로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
욜로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때그때의 즐거움으로 삶을 구성한다. 나는 어느 정도의 저축은 필요하다고 본다. 꼭 집이나 차를 사겠다가 아니더라도, 미래를 위한 파이를 남겨 놓는다는 것은 나의 더 나은 앞날을 믿는 것이다. 그 돈을 모아서 미래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집이나 차 등 좀 자신의 재산을 구성할 수 있고, 나에게 필요한 경험, 여행 등이나 교육을 받을 수
도 있을 것이다.
파이어족은 반대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최소화하고 대신 최대한 아끼고, 투자를 한다. 내가 걱정하는 지점은 미디어가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이라는 이름 하에 현재보다는 미래에, 안정보다는 투자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사람들이 이를 자신의 가치에 대한 정립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투자도 테슬라 등 특정 주식에 많이 몰렸다. 돈에 여유가 조금 있을 때 테슬라를 한 주씩 산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자신의 전재산을 테슬라에 넣었다는 글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나 카카오톡 등 대기업에 넣기도 했고, 주식 시장이 안 좋은 지금과 달리 한창 오를 때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주식에 넣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작은 돈은 큰돈을 이기기 어렵다. 개인의 투자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투자기업이 큰돈을 투자할 때 그 흐름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의 수익률은 기대할 수 있지만, 큰돈을 벌 확률은 많이 크지는 않다. 자신이 여유가 되는 돈, 없어도 된다 생각하는 돈을 위험이 있을 수 있는 투자에 넣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빌려서 하거나 자신이 필요한 돈까지 넣는 것은 무모하다.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어 절약해서 그 돈을 투자에 넣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지나치게 불어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도 그것에 혹해서 그 수레바퀴를 돌리며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우리에게 돈은 얼마나 필요한가? 톨스토이의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 이 있다. 주인공은 개척지의 원주민들에게 땅을 사게 된다. 땅을 사는 방법은 일정한 돈을 내고, 자신이 걸은 땅만큼을 구매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온 힘을 다해 각 모서리를 찍어 땅의 테두리를 그리고 돌아온다. 원주민은 칭찬한다. “축하하오. 당신은 넓은 땅을 갖게 되었다.” 주인공은 너무 무리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숨이 멎었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묻힐 땅만을 갖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가족을 갖게 되면 또 다른 생각을 가지겠지만, 나는 자신이 사는 데 무리 없을 만큼 벌고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는 돈은 혈액이 몸을 순환하는 것처럼 돌아야 하며, 우리는 밥을 먹듯이 돈을 벌고 소화시키듯이 돈을 쓰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돈은 참 중요하고, 돈을 잘 관리할 필요는 있다. 다만 먹고 소화시키는 것이 우리 생의 목적이 아니듯이, 돈을 많이 벌고 쓰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현재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것, 주어진 삶과 시간을 잘 보내는 데 돈이 그 보조적 역할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