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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 Oct 19. 2023

건강은 홀로 지킬 수 없다

건강은 항상 사람들의 주 관심사가 되어왔다. 건강 증진 음료 및 식품 또한 이러한 관심의 흐름을 타고 출시되었다. 유산균, 비타민 등 다양한 ‘건강’ 성분들을 담은 음료들이 광고에 나와 건강에 이로움을 줄 수도 있다고 선전한다. 이들은 간간히 과장 광고 의혹을 받기도 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지난 4년간 매년 규모가 증가했다고 한다. 건강기능식품의 소비가 계속 느는 까닭은, 아무래도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려는 마음으로부터 오는 듯하다. 


그러나 건강 관련 식품 시장의 지속적 성장이 꼭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만은 않다. 건강 시장의 활성화에는 건강한 삶에 관한 진지한 고민 대신 건강에 대한 염려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마음, 그리고 쉽게 건강을 챙기려는 마음이 합쳐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건강’이 거래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건강이 거래되지도 않는다.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도 많다. 건강기능식품이 파는 개념은 ‘안심’, 즉 건강에 대한 불안 해소이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내가 우려하는 바는 한국에서 점차 건강 관리가 개인의 책임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좋은 식품을 먹고, 운동을 챙겨한다. 개인의 노력은 여기에서 더 뻗어나간다.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고, 만약을 대비하여 의료 사보험을 든다. 결국 각자도생 하여 건강을 지키게 된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면에서 건강을 지킬 수는 없다. 건강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 보건 기구에서는 건강의 결정 요인에 다양한 층위가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신체적 요인, 연령, 성별, 유전적 요인부터 생활양식까지 개인 요소도 있다. 그에 더해 작업환경과 교육 등 사회적인 영향, 그리고 국가 및 전 세계적인 환경 영향이 사람의 건강을 결정한다. 


사람의 건강은 사회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직장에서 잦은 회식을 강요하고, 이에 스트레스를 받아 흡연을 하게 될 때 이를 온전히 개인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운동을 할 만한 공간도, 시간도 없는 사람이 운동을 챙겨하지 못할 때 그를 게으르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난 그렇게 말 못 하겠다.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질병의 원인이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나는 의원에서 증상을 치료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돌이켜 보면 환자 본인의 몫이라기보다는, 상황과 환경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이는 나도 환자도 어찌할 수 없기에 참 씁쓸하다. 


건강 문제는 결코 개개인이 홀로 결정할 수 없다. 이는 사회에서 챙겨야 할 사람의 기본 권리이다. 지금까지 건강권이 인권에 포함된다는 논의는 계속되어 왔지만, 건강에 있어 사회의 책임은  자꾸만 가려져 왔다. 사실 이 말은 쉽지 않다. 각자가 이 책임을 홀로 만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건강권에 관한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 건강은 우리의 권리이기에 사회가 응당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건강을 스스로, 그리고 서로 챙길 때 건강을 폭넓게 그리고 튼튼하게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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