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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Sep 23. 2024

여름, 북유럽 12

여름, 북유럽 12


가끔 SNS로 “어쩜 그렇게 체력이 좋으세요?”란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여행하는 동안 매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고, 항상 어딘가를 걷고, 언제나 부지런히 무언가를 보고 있는 내가 신기해 보이나 보다. 사실 나는 무(無)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체력이 없는 편이고, 운동에 영 젬병으로 몸 쓰는 모든 일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그렇게 체력이 좋으세요?"에 이렇게 답한다. “이건 체력이 아니라 여행력일 거예요”라고. 여행의 끝이 보이는 12일 차. 그러므로 남은 체력, 아니 여행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 발휘할 때다.


오늘은 지난달 초에 본 JLPT 일본어 능력시험 N2의 합격 발표가 있는 날이라 성적 조회가 가능한 한국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났다기보단 저절로 눈이 떠졌다는 편이 맞겠다. 종합 문제집 한 권과 단어장 한 권을 여러 번 복습하며 준비해 고득점을 자신했었는데 문자 어휘 1번부터 모르는 단어가 나와 내내 헤매며 치렀던 시험이라 합격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저 일상이 단조롭지 않게 취미로 시작한 어학 공부라 반드시 합격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역시 결과 발표는 마냥 떨린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르고 로그인했다. 성적조회 클릭. 결과는? 다행히 합격이었다. 청해가 만점이 나온 덕에 전체 점수가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나 보다. 점수만 확인하고 조금 더 자려고 했는데 도파민 덕에 잠이 홀랑 깨버렸다.




호텔을 나서니 어제와 아침 풍경이 사뭇 다르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엄청난 숫자의 자전거들에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다. 월요일 아침답게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인 걸까. 내겐 마냥 흥미롭기만 한 여행지이지만 그들에게는 매일이 비슷한 삶의 터전일 것이다. 낯설게 느껴야지만 가능해지는 시선이 있다.


역시나 꽤 북적이는 지하철을 타고 Marmorkirken역에서 내렸다. 출구 계단을 오르자 거대한 녹색 돔을 가진 거대한 프레데릭 교회가 정면으로 보였다. 감탄이 나오는 웅장하고 거대한 교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등을 돌렸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다른 곳이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한국에서도 팝업을 열 정도로 유명한 카페 아뜰리에 셉텝버Atelier September는 야외 좌석까지 북적북적해 빈자리가 없었다. 어떤 곳이길래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건지 궁금했는데. 다행인 건 이 동네엔 이곳 못지않은 브런치 카페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쉽지 않게 발걸음을 돌렸다. 사실 이럴 것 같아서 미리 봐 둔 곳이 있다. 아뜰리에 셉텝버에서 한 블록을 걸어왔다.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라마Frama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카페 apotek57. 오늘 아침은 이곳에서 먹어야겠다.


누군가 핀터레스트에서 자주 보던 북유럽 무드에 들어온 느낌이라더니 정말이다. 큰 장식 없이 깔끔하고, 정갈하다. 자리를 확인하고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여기선 그래놀라나 크로와상을 많이 먹는다고 했는데, 하며 메뉴를 살피는데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김치 토스트. 게다가 직접 만든 김치라는 설명까지 친절히 덧붙여 있다. 망설이지 않고 골랐다. "커피 한 잔과 김치토스트 주문할게요."


커피가 먼저 나오고 뒤이어 김치 토스트가 나왔는데 비주얼과 맛을 보고 아주 깜짝 놀랐다. 아주 제대로 된 볶음 김치가 빵 사이에 정직하게 들어 있어서다. 의외로 맛은 나쁘지 않았다. 김치볶음밥 대신 김치볶음빵을 먹은 기분이었달까. 한식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스테디셀러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좋다고, 현지인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카페에서 고향의 맛을 느끼며 생각했다.


다시 프레데릭 교회로 걸어 나와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조금 걸으니 중앙에 기마상이 자리한 너른 광장이 나타났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네 개의 건물이 미음 자 형태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현 국왕의 거주지인 아말리엔보르 궁전이었다. 위로 길쭉한 모양의 검정 털모자를 쓰고 장총을 들고 있는 근위병들이 건물마다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었다. 존재 자체가 이국적인데 그 진지한 표정 탓에 가까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아 가만히 서 있다가 구두굽 소리를 내며 걷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가 일정한 리듬대로 움직이는 근위병의 모습을 멀리서 사진첩에 조심히 담았다.


아말리엔보르 궁전의 일부는 내부 관람이 가능해 코펜하겐 카드를 제시하고 입장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마치 세트장처럼 잘 관리된 역사적 공간을 제시하던 다른 성들과 달리 이곳엔 생활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책장 위에 가득 놓인 가족사진들, 그랜드 피아노와 아기 침대, 시가를 비롯한 각종 수집품들과 응접실 등은 방금 전까지 누군가 앉아 있었을 분위기를 풍겼다.


타국에서 선물 받은 물건들을 모아놓은 공간을 지나 한 층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는 온통 현 국왕인 프레데릭 10세와 관련된 전시로 이어졌다. 왕자 시절부터 언론 노출이 많아 자라 온 순간순간들의 모습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누군가 살았음이, 살고 있음이 분명한 생활감을 불어넣은 공간에서 프레데릭 10세 국왕의 전시로 이어지는 구성은 다분히 의도적인 듯했다. 프레데릭 10세 국왕이 즉위한 건 2024년 1월, 올해 초. 그 당위와 정당성을 강화하려면 이런 순서여야만 했을 테니.


아말리엔보르 궁전에서 뉘하운 운하로 가는 길. 뱅크시 특별전이 개최되고 있다는 작은 미술관 MACA도 들렀다. 그라피티, 벽화, 포스터 등의 다양한 스타일의 스트리트 아트를 볼 수 있었는데 이런 거리 예술을 유료로 관람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게다가 여행을 하다 보면 이따금 지하철 열차나 벽 등에 색색으로 그려진 그라피티나 벽화 등을 볼 때마다 공공의 기물, 허락되지 않은 곳에 그리는 것을 예술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터라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코펜하겐을 자주 찾은 적이 있는 지인이 코펜하겐에서 반드시 가야 할 곳으로 추천한 곳은 뉘하운 운하도, 루이지애나 미술관도 아닌 왕립도서관이었다. 취향이 비슷해 영향을 많이 주는 지인의 추천이라 꼭 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이란 이름 탓일까. 다른 미술관이나 관광지부터 마음 바쁘게 걸어 다니고 난 다음인 오늘에서야 뒤늦게 찾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후회될 줄이야.


검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외향 덕에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신관의 입구로 들어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왔더니 오래된 구관의 도서관으로 이어졌다. 복도와 코너에 놓인 테이블마다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적당한 백색 소음 덕에 집중이 아주 잘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서관 가장 깊숙한 곳엔 촬영이 불가한 별도의 올드 리딩 룸Old reading room이 있었다. 조명을 단 긴 책상 모양이 독서실을 연상시켰지만 의외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리딩 룸이라 이름 붙었지만 라이팅 룸이 더 어울리는 이름일 것 같다. 서가를 가득 메운 책과 천장 가까이 붙은 창에서 은은하게 내리쬐는 빛, 그리고 저마다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이 근사하게 어울렸다. 매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서 글을 써왔는데 여행 중 도서관을 찾아 매일 특정 시간에 글을 쓰는 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 딱 이런 분위기를 내는 곳이면 좋겠는데. 그런 단순한 이유로 코펜하겐을 다시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다시 신관으로 돌아 나와 지하로 내려왔다. 신관인 블랙 다이아몬드는 카페, 기념품 샵 등의 휴게 공간을 비롯해 미술관도 마련되어 있었다. 진행 중인 사진 전시가 있어 짧게 관람하고 나왔다. 미술관을 등지고 나오니 아주 익숙한 정원이 나왔다. 크리스티안 보르 궁전을 구경하고 나와 지친 다리를 쉬던 곳, 레스토랑 라디오에서 저녁을 먹기 전 시간을 보내던 곳이 바로 이 정원이었다. 이곳의 이름을 이제야 확인한다. Garden of the Royal Library. 여기가 왕립 도서관 정원이었구나. 내내 이 섬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장소를 매일 다르게 헤맸던 것이다. 많이 아는 척했지만 결국 이 범위가 나의 코펜하겐이 될 것이다.


점심을 예약한 식당Vækst는 레스토랑 라디오와 더불어 미슐랭 사이트에 찾은 추천 식당이었다. 예약한 시간에 도착해 이름을 말하니 준비된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실내에 들어와 있는데도 천장엔 줄전구가 늘어져 있고 내부에 박공 모양의 목조 구조물이 있어 어느 저택의 정원 테이블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3코스에 3가지 와인이 페어링 되어 나오는 런치 메뉴를 시켰다. 먼저 나온 부르고뉴 크레망을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혼자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 테이블 더 있었다. 그게 이상한 위안이었다. 그들 모두가 여성이었고, 이런 식당에 와서 식사를 제대로 또 소중하게 챙기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고 있구나 해서. 특별하고 싶지만 별나고 싶지 않은 나를 알아주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이런 동행은 마냥 반갑다.


아뮤즈부쉬와 식전빵, 관자를 활용한 전채 샐러드, 그린빈이 들어간 타코와 대구 스테이크, 블랙커런트 아이스크림에 식후 까눌레까지 기분 좋게 먹고 마셨다. 특히 디저트 와인으로 함께 나온 피에몬테 와인의 당도가 아이스크림에 곁들이기 딱이었다. 마트에서 파는 도수 낮고 당도 높은 저렴한 와인을 사서 이렇게 디저트를 먹을 때 활용하면 되겠구나, 돌아가면 반드시 해봐야지 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부부는 가이드북을 돌려보며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시켜 점심을 천천히 즐기고 있었다. 저런 동행이 있는 여행도 좋은 거겠지. 서로 가고 싶은 곳을 조율하고, 서로의 취향을 어느 정도 양보하며 함께 하는 여행. 생애 첫 해외여행부터 혼자 했던 내가 잘 모르는 세계가 저 테이블에 있었다.


이번엔 팁 계산 안 틀리고 잘 마쳤다. 내일의 나에게 짐을 조금 더 지우고 오늘 나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언제나 물이 가까운 도시. 2층 투어 버스, 캐널 크루즈 투어 등의 티켓을 동시에 구입할 수 있는 Gammel Strand역은 관광객들로 무척 붐비고 있었다. 티켓 오피스의 핸섬한 직원이 코펜하겐 카드를 확인하며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는데 -여행 국가 카운팅을 위해 국적을 묻는 경우가 다수 있다- 한국이라 답하자 자신이 아는 한국어가 이것밖에 없다며 “안녕”이라 말하고 미소 지었다. 나도 모르게 사르르 웃고 말았다.


티켓 오피스 바로 옆에 2층 버스 투어 정류장과 투어 보트 탑승장이 같이 있었다. 시간에 맞춰 조금 대기한 후 뚜껑이 없는 낮은 관광 보트에 올라탔다. 규모가 꽤 되어 보였는데 이 넓은 보트가 금세 만석이 되었다. 출발하기 직전, 쟁반을 든 직원이 내려와 보트를 돌아다니며 맥주를 팔기 시작했다. 이런 자유로움이 좋다. 좋은 풍경엔 맥주 한 잔 가볍게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믿음도. 이미 와인을 조금 마신 터라 맥주는 아쉽게 포기했다.


보트가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리 밑을 여러 번 통과해야 하는 만큼 배의 높이가 굉장히 낮아 그만큼 바다와 가까워졌다. 귀 한쪽에 이어폰을 꽂아 선곡해 온 음악을 틀었다. 보트는 구불구불 다이내믹한 동선으로 코펜하겐 중심을 누볐다. 내일이면 이 도시를 떠난다. 시험 전 정리 노트를 최종적으로 다시 체크하는 것처럼 그간 열심히 발로 밟아 담은 코펜하겐을 정리하는 기분이다. 1시간 여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탑승장으로 돌아왔다. Gammel Strand역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스트뢰에로 넘어와 가족과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을 추가로 더 구입했다. 코펜하겐은 전반적으로 기념품 디자인이 통일되어 있고 가격 차이도 없어 굳이 먼 곳을 찾을 필요 없이 가까운 기념품 샵을 가면 되는 점이 아주 편했다. 특별히 할 것 없어도 그냥 걷던 이 스트뢰에를 찾는 것도 하루 남았구나. 매일 보던 풍경에 괜한 의미가 붙는다. 여행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밤을 보낼 곳으로 선택한 곳은 도심 속의 놀이공원인 티볼리 공원이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 막 도착해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마주한 곳, 내 코펜하겐의 첫인상. 티볼리 공원은 1843년에 생긴 현대식 놀이공원의 원조인 곳으로 월트 디즈니가 이곳에서 디즈니 랜드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6,7시가 되면 칼 같이 문을 닫는 코펜하겐에서 밤 11시, 자정까지 운영을 하는지 그 비밀도 확인해 볼 겸.


코펜하겐 카드로 입장이 가능해 분위기만 봐 보자, 하고 들어왔는데. 놀이공원이라기보다 거대한 휴식 공간 같았다. 제대로 된 식당도 많고, 앉아 쉴 데도 많고, 와인이나 맥주를 파는 간이매점도 여러 곳이다. 오락실, 인형 뽑기, 롤러코스터, 인도식 궁전, 회전목마, 오리 보트, 중국풍 누각. 얼핏 하나도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 티볼리 공원에서는 가능했다. 야외무대 앞 잔디에 캠핑 의자 하나가 비어 있길래 얼른 생맥주 한 잔을 사 와 자리를 차지했다. 하늘이 분홍색으로 물드는 시간. 코펜하겐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애들이 뛰는 데엔 어떤 본능이 있는 걸까. 볼이 빨개지도록 잔디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배경 삼아 맥주를 마셨다. 하늘은 점차 짙게 푸르러졌고, 식당엔 조명이 하나둘 켜졌다. 이쯤 되면 됐다. 조금 걸어 나와 이 분위기를 영상에 담는데 내가 앉아 있던 의자가 빈 것을 확인하자마자 저 멀리서 웃으며 뛰어 오는 연인의 모습이 보였다. 같은 자리, 같은 풍경, 다른 사람, 다른 담김. 200년에 가까운 긴 세월,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내일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과 내일 입을 옷을 빼고 짐을 정리했다. 캐리어 하나에 캐리어 절반 크기의 짐가방, 작은 손가방 하나가 나왔다. 집까지 가는 험난한 이동이 벌써부터 걱정되지만, 일단 코펜하겐 중앙역까지 가는 돌바닥만 잘 지나가면 괜찮을 것이다.


침대에 누웠다. 늘 여행이 끝날 즈음이 되면 가보지 못한 곳, 더 하지 못한 것들만 생각났다. 그곳 대신 저곳을 갔어야 했나, 배가 부르더라도 어디의 무엇은 어떻게든 더 먹었어야 했나 후회하며.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 버린 걸까 믿을 수 없어하며. 그러나 이만하면 충분했다. 하루하루 아주 성실히 여행했다.


“쓰는 것보다 사는 게 먼저니까. 살아야 쓸 것도 생기니까.”는 여행을 시작한 첫날 <무정형의 삶>에서 본 문장이었다. 여행 첫날엔 그 사는 것에 여행을 대입해 여행을 해야 쓸 것도 생긴다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상(살아야)이 있어야 쓸 것(여행)이 있다는 걸.


돌아갈 곳이 있으니 여행이고, 그러므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이것은 방랑이 아니다. 내일 오전 일정까지 잘 마치고 떠나자, 일상으로. 내가 살아야 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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