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은 날들

by 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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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릴스랑 유튜브 숏츠 만든 사람들 감옥에 넣어야 한다. 숏폼 컨텐츠가 내 일상을 망치고 있다! 별 내용도 없는 거 하루종일 꼼짝없이 스크롤하게 만든다. 이건 불가항력이다. 내 안에 사는 게으름이란 친구는 아주 연약하고 어려서, 작은 자극에도 그만 충동적이게 되고 만다. 분명 자료를 검색하려고 잠깐 폰을 잡은 것 뿐인데, 아니면 사실 친구들의 안부가 조금 궁금했을 뿐인데, '지금 이거 안 보면 내내 떠오르지 않겠어?' 호기심을 인질로 잡히는 바람에 몇 시간 째 여기 무한 스크롤에 잡혀있다. 누가 나 좀 구해줘라. 나의 의지와 상관 없는 이 서핑은 오늘도 내 소중한 시간을 모조리 침해하고 있다.


심심하고 한가해서 이걸 보고 있는게 아니다. 미치게 만드는 건 바로 할 일이 쌓여 있을 때 얘네가 더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나 같은 경우 게으름 중증이라, 보통 사람들이 '수고했으니 잠깐 머리 식힐까'하며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식이라면, 나는 '수고할거니 추진력을 받기 위해 재미있는 걸 보자'하고 보상을 가불(?) 받는다. 당연히 추진력과는 아무 상관 없다. 내 일과 컨텐츠들은 이토록 아무 상관 없으나 그냥 내가 게으른 탓으로 서로 만나 상대 탓을 하고 있다.


미뤄진 일이 재미있을리가 없지. 재미있어 시작한 일들마저 시간에 쫓기면 스트레스가 된다. 나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최대한 미뤄놓은 탓에 오늘도 업무는 초고난이도가 되어 있다. 이게 다 릴스랑 숏츠 때문이야, 라고 창피해서 어디 말하지도 못하고 차라리 그냥 내 일머리가 부족하여 더디다 한다. 내 가치는 매번 이런 모양으로 추락한다. 이 놈의 SNS, 삭제하든지 해야지. 사실 삭제해도 달라질 것 없다는 거 안다. 시험기간에는 청소도 재미있다지 않은가. 틀림 없이 다른 딴짓을 또 찾고, 또 미루고, 또 이렇게 스스로 쫓길 거다.


알겠다.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건 나였구나. 습관처럼 우선순위를 어기고 시간을 함부로 써댄 죄가 무겁다. 스스로 자제가 안 되니 혼이 나야할 수 밖에. 숏츠고 릴스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충동의 역치를 높여야 한다. 따끔하게 정신 차리도록. 어떤 벌이 좋을까? 폰 압수? 벽 보고 서있기? 머리가 안 돌아가네. 잠깐 유튜브 좀 보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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