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람들이 오해하는게 있는데. '게으른 사람'이라고 하면 어디 만날 누워있고 느릿느릿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아. 주토피아에 나오는 나무늘보 있잖아. 아 물론 그것도 게으른거 맞지. 그런데 게으름 베테랑으로서 말하자면, 그건 게으름의 본질이 아니야. 그러니까 예컨대 이것저것 바쁘게 움직이는데 게으른 사람도 있지. 나처럼 말이야. 반면에 계획적으로 특별히 오래 누워있는 사람도 있겠지. 움직임의 차이로만 게으름을 말할 수는 없다 이 말이야. 그러면 게으름의 본질은 무엇이냐. 나는 '싫어하는 마음'인 것 같애. 쉽게 말하면, 빈둥대는 내 모습이 싫지 않아, 그럼 게으름이 아니야. 그런데 내가 빈둥대는 지금 상황이 너무 싫다? 이게 게으름이라는 거지. 바쁘게 하루를 보냈는데도 싫은 것들 투성이라 하루 마지막에 돌아보니 뭐 한 게 없어. 부지런히 딴짓만 한 거야. 그러니까 게으름이란 건 '굼뜬 행동'보다 '싫증'이랑 더 가깝지 않느냐는 거야.
내가 그래. 난 요즘 모든 것에 싫증이 나. 싫어하는 마음은 전염성이 있어서, 한가지에 싫증을 품기 시작하면 가까운 곳에 쉽게 옮겨가는 거야. 처음엔 매일 저녁 글쓰는 게 싫었다가, 오늘 저녁이 싫어지고, 글쓰기를 못 해낸 어제가 통째로 싫어지는 식으로 말야. 알아. 내가 아주 강한 정신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달랐겠지? 아주 느리지만 꾸준히 글을 써서 결국 책을 냈던 내 친구처럼 말이야. 그 친구는 자기 글을 사랑했던 거야... 스윙스가 한 대학축제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우사인 볼트가 왜 가장 빠른지 알아요? 끝까지 갔기 때문이에요. Shit!" 사람들은 무슨 개소리냐고 놀렸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아챘지. 나 같은 게으름뱅이들은 누구든 뜨끔했을 거야. 그건 결국 내 일을 사랑하는 마음과 꾸준함을 저격한 거거든. 나는 늘 바삐 100m를 전력질주하고 몇 해 째 서서 숨 고르기만 하고 있네, 위대한 것들은 모두 장거리 달리기였는데 말이야.
이것 봐. 게으름에 대한 단상은 또 푸념으로 글이 끝나. 난 어쩌다 싫어하는 것들에 둘러싸이게 된 걸까. 어쩌면 나는 그냥 엄청 부정적인 사람일 뿐인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