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후회할까봐

왜 그리 아등바등 사냐는 말에

by 김보


집에다가 포장마차를 꾸몄다.


타포린 천막을 달고 LED 전구 다섯 줄을 달고 간판을 달았더니 제법 가게 느낌이 난다. 불과 일주일 만의 일이다. 동아리에 놀러갔다가 초면의 후배를 데려왔더니 그 친구가 그런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같아 멋지다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산다.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참 많이 들었던 말인데, 대외활동을 몰아서 다섯 여섯 개를 하던 시절이나, 한 달의 밤을 새워 악착 같이 따고 싶던 공모전의 대상을 땄을 때에, 번뜩 무전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그 다음 날로 맨 몸으로 국도를 밟았던 그 날에도 꼭 누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그러면 나는 멋지단 말에 쑥스럽거나 자랑스럽다기 보다도, 하고 싶은거 다 하며 사는 사람으로 비치는 내 모습에 안도한다.


나는 아직도 머뭇거리다 결국 반장 선거를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나를 자책한다. 그런 것들이 내게 종종 있었다. 필수적이진 않아도 결국 가지지 못하여 내내 눈에 밟히는 것들. 분명 가졌더라면 금방 싫증을 냈을지언정 나의 게으름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으로, 혹은 좀 더 욕심내지 않았음으로 얻지 못한 내 것들. 내게는 지금 사용되는 내 수고보다 미래에 그것을 채 못 가지고 그리워하는 시간이 단연코 더 큰 낭비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나는 덜컥 겁이 나고 만다. 허겁지겁 나를 재촉한다. 이렇게 모은 것들을 금자탑으로 쌓아 대체 미래에 어떤 위인이라도 되고 싶은걸까.


늘 열등감이 자신의 원동력이라 말하는 친구가 있다. 생각해보면 내게 원동력은 항상 후회였다. 이걸 안하면 나중에 후회할텐데, 이걸 안 사면 두고두고 가지고 싶을텐데. 여기서 최선 다하지 않으면 난 영영 후회할 텐데. 그러고 나면 좀 더 힘을 낼 연료가 찔끔 나온다. 그 정도면 반나절은 후회하는 미래의 날 그리며 전력질주 할 수 있다. 결국은 그 연료가 천상 게으른 나를 용케 여기까지 움직이게 만든 거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는 말을 동경해왔으나, 돌아보면 나는 겨우 언젠가 후회할까봐 아등바등 여기까지 왔다.


그래 나는 일곱 살 적 엄마가 끝내 사주지 않은 골드런 로봇이 아쉬워서, 아직도 변신로봇만 보면 지갑을 꺼내는 어린 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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