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세요
충치 치료를 미뤄두다 4년 만에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왜 이제 왔냐고 혼내신다. 치료비 견적이 270만원이 나왔다. 겁이 나는 바람에 하루, 이틀, 그렇게 4년을 모은 값비싼 일시불을 치룬다. 티끌 모아 티끌 아니겠냐고, 세상에 티끌 모아 태산인 게 어딨냐고 하더니 이런 데 쓰려고 아껴둔 말인가 보다. 나는 헝겊에 덮혀 어차피 그라인더도 안 보이면서 치료 내내 눈을 꼭꼭 감았다.
그렇게 에라 모르겠다며 모른 척한 것들이 많았다. 겨우 눈 꼭 감았다고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다이어트, 영어 공부, 언젠간 모으겠다던 저축, 다투고서 서먹해진 친구, 갚아야 할 은혜, 틀어진 부모님과의 관계까지도. 알지만, 언젠가 마주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그래서 더 겁이 나 무작정 눈 꼭 감아버린 미련한 어린 마음. 나는 중요한 것들은 죄 미뤄둔 채 인생을 언제고 임시로만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여전히 미뤄둔 중요한 것들을 두고 그새 얼마나 곪았을까 꼭 감은 눈을 쉽사리 뜰 수가 없다. 콕콕 찌르는 미뤄둔 일들이 충치처럼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