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코 전유할 수 없는, 무언가의 흔적

「비밀의 취향」 자크 데리다, 마우리치오 페라리스 대담 읽기(34)

by 김요섭



1.

타자를 향한 자리비움은 장소를 양보하는 의미가 아니다. 나보다 먼저 내 안에 도착해 있는 타자성. 무엇보다 고유한 무명자를 향한 약함은 '자아 자체'를 해체시킨다. '도래할 것'을 투시하며, '탈구'되는 낯선 윤리. 나보다 앞선 이는,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먼저 도착한다. 어떠한 '지평, 예견, 기다림' 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간.


2.

'장래다운 장래'는 느닷없이 나를 덮친다. 이미 거기 있었음에도 도무지 밝혀지지 않는 비밀. 나보다 앞선 장래는 가장 오래된 미래다. '자아 소유권자'의 자리를 박탈하며, 환대를 향한 개방된 소유권을 선사하는. '증여될 수 없는 증여'는 도착과 즉시 철회된다. '고유성의 표지(sa propre marque)'로 머무를 수 없는. 전적인 증여는 소유될 수 없음을 줄 수 없는 상태에만 가능할 뿐이다. 결코 당신이 '전유할(m'approprier)' 수 없는 그 무엇.


(166~168p) Ⅵ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타자성 안의 주체를 요구받는, 환대의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