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 (건축설계) 퇴직한 건축연구자 • 유학준비생, 남, 31세
아메리카노 텀블러 할인
헬리녹스 캠핑의자
6월 말 자진 퇴사 이후로 퇴직자로 온전히 지낸 지 세 달째. 7월은 적응하며, 8월은 안일하게 보낸 시간이었다면, 9월은 본격적으로 아껴보고자 한 달이었다. 본격적으로 아껴보고자 한 달이 된 것 같다. 일본 학회를 겸한 여행 일정과 추석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예산은 미리 계획했었기 때문에 그 외의 일정에서는 돈을 아끼려고 했다.
정교하게 계산하기 위해 예산을 줄였다. 적든 많든 8월의 생활비 예산이 73만 원이었기 때문에 이를 30으로 나누고, 6일의 여행 일정과 모든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하는 추석 하루를 고려하여 7일을 뺀 23일만큼을 예산 내에서 생활해 보기로 했다. 73만 원×23/30의 값은 약 55.9만 원이기에 56만 원을 기준으로 생각하였다.
약 60만 원의 월세, 공과금, 통신비 심지어 기후동행카드의 교통비 등은 모아둔 정기자금 통장에서 별도로 해결하고, 체크카드와 연계된 생활비 통장에 56만 원을 넣어두고 여비를 가늠하였다. 이는 여행이 끝나고 크고 작은 소득이 생겨서 흐트러지게 된 것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8-9월의 소비 금액 비교는 다음과 같다.
계획보다 더 쓴 돈이 10만 원 줄었다는 사실은 유의미한 절약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계획보다 더 쓴 돈이 여전히 크다는 것은 계획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나의 생활 습관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한 달 73만 원은 높은 절약 기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를 좀 더 줄일 필요는 있으니, 목표를 수정하는 것은 조금 미루어 보자.
・ 일평균 식비는 2천 원 정도 줄었다.
・ 일평균 간식비는 천 원 정도 줄었다.
・ 일평균 생활비는 5천 원 정도 늘었다.
8월의 결산 이후 생활비를 좀 더 아껴보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그는 다음과 같다.
・ 아침은 최대한 간결하게 먹는다. 계란, 낫또 등
・ 식비를 아끼기 위해 학생 식당을 자주 이용함.(한 끼 4,200–4,500원)
・ 편의점 방문 횟수 및 금액을 줄인다.
새롭게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연구실에서 13–21시 동안 머무는 기간이 늘어남. 중간에 점심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9 to 6 와는 달리, 중간에 간식이 매우 당긴다. 편의점에 잠깐 내려가서 초코빵을 사 먹는 일이 잦아졌다. 한 번에 1,500원가량의 이벤트.
・ 평균 하루 두 번,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학교 건물의 카페를 이용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천 원이고, 텀블러를 가져가면 100원 할인 받을 수 있다. 100원 할인은 다시 생각하면 텀블러로 20잔을 마시면 한잔이 공짜라는 것이기에,21 늘 텀블러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학교 건물에 위치한 카페는 임대료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책정되었을 것이다.
・ 식비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늘 느끼고 있기 때문에, 생활비 항목에 포함되는 이런저런 구매 금액이 조금 늘었던 것 같다.
3건의 수익은 다음과 같다.
남은 엔화 3만 엔 판매 280,000원
일본 여행에서 받은 5만 엔의 용돈 중, 3만 엔을 남겨 와서 당근마켓에 팔았다. 5박 6일 중 이틀은 가족과 함께 보냈는데, 내가 절약하는 모습을 알고 계시는 부모님이 5만 엔을 선뜻 건네주셨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2만엔 정도를 더 쓰고 3만 엔은 비상금으로 여기기로 했다. 80만 원을 예산으로 했던 여행이 2만 엔을 더해 100만 원이 되었다.
외할머니의 용돈 200,000원
추석 전후로 외할머니가 용돈을 주셨다. 퇴사하고 일본에서 학회 발표를 하였다 하니 기특한 마음에 주신다고 하였다. 고사할 입장이 아니기에 감사히 받았다.
참여연구원 급여 187,980원
풀타임 연구자로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분 급여로 임금을 받기로 했다. 이는 연구비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연구실 내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조건으로 교수님과 이야기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구비를 받는 것보다 졸업생으로서 학교의 인프라와 인적 자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욱 값지다.
이번 달 특별 지출은 다음과 같다.
주민 씨의 생일선물, 헬리녹스 의자 170,000원
+ 선물하는 김에 산 헤드레스트 커버 내 것 15,000원
작년 내 생일에 선물 받았던 의자와 같은 브랜드의 것을 선물하게 되어 기쁘다. 작년 10월쯤,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가을을 맞이한 우리는 한강에 자주 놀러 갔다. 오래된 한국 청춘 영화의 장면처럼 오리배를 타보기도 하고(요즘엔 전기로 구동된다) 돗자리를 깔고 해충 방지제를 뿌린 뒤 누워서 독서하며 휴식하기도 하였다. 주민 씨는 그럴 때마다 캠핑 의자에 자리 잡고 휴식하는 사람들이 좋아 보여서 의자 선물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원래 의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 선물 아이디어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충분한 상의와 대화 후에 의자를 샀고, 캠핑 의자로 여행하듯 살아보자고 약속하였다. 올해는 그 마음을 되갚는 나의 차례였다.
부드라미 팝업 31,500원
신촌에서 진행한 일러스트레이터 ‘부드라미’의 팝업스토어가 있어서, 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 참에 주민 씨와 방문했다. 부드라미는 카카오톡의 ‘바들바들 동물티콘’의 제작자인데, 귀여운 동물들을 픽셀 아트와 소심한 문구로 드러내는 이모티콘이다. 특이한 점은 그 메시지가 그 캐릭터의 이름이 되어서 ‘안아줘요’, ‘정말 고마워요’ 같은 캐릭터들이 있다. 나 또한 흔하게 사용하는 이모티콘이어서 반가운 마음이었다. 귀여움에 지갑을 열게 되는 순간, 절약하기보다는 나에게 무언가를 되갚는다는 마음이 더 들었다. 핀 버튼 몇 개와 키 링 인형 하나를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