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무도 없어요 …”

어린 아이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by 정원

* 이 글에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의 기억은 조심스레 다루어야 하는 것을 알기에, 이 글이 아주 조금이라도 불편하시거나 아픔을 자극한다면 읽기를 멈춰주세요.

지나온 시간이기에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안전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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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손이 다가오는 악몽을 매일 꾸었다.

그 손은 점점 내 몸을 조여 왔고,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소리치며 깨어나길 수십 번 반복했다.

그 무렵,

엄마와 아저씨 사이에

사랑을 듬뿍 받는 갓난아이가 태어났다.

내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랑이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아이가 먼저 울고 있었는지,

내 울음에 놀란 아이가 울기 시작한 건지,

그땐 알 수 없었다.

단지, 아이가 온 이후

엄마의 냉대가 훨씬 더 심해졌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점점 더 조용해졌고,

점점 더 작아져만 갔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아저씨, 엄마, 갓난아기, 그리고 나—

그 순서로 나란히 누워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는 또다시 검은손이 나를 덮쳤다.

깨어나서 비명을 지른 것인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마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엉엉 울며 끌려 나간 그 순간만큼은 선명하다.

그 방.

불을 켜도 사방이 캄캄해

어둠에 둘러싸인 방.

그곳에 갇혀,

검은손이 나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 건

바로 그날부터였다.

밤이면 밤마다

엄마는 나를 그 방에 밀어 넣고

바깥에서 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갔다.

내가 아무리 두드리고 외쳐도

그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엄마, 아저씨… 제발요.

아무도 없어요…”

김치냉장고와 냉장고가 윙윙대던 방.

책장이 빽빽하게 놓여 있던 그 방에서

나는 많은 책들을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한 권 두 권,

바닥으로 펼쳐 놓은 동화 속 그림들은

그 시기의 내게

어둠을 달랠 유일한 밤의 친구들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또, 악몽에서 깨어나

다시 외쳤다.

“아무도 없어요…”

어두워질 즈음 들어간 그 방은

날이 훌쩍 밝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열렸다.

그게,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 지나고 낮이 오고,

또다시 밤이 찾아오는 동안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요…”

쉰 목소리로 울부짖다 잠에 들었고,

자면서도 나는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어요…”

며칠이 지나고,

문은 다시 열렸다.

지금에서야 알지만,

그 문 너머엔 캐리어와 짐 가방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나는,

아무도 없는 빈 집에

혼자만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여섯 살에서

일곱 살까지의 기억은

그 어두운 방,

닫힌 문,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던 외침으로

마무리된다.

“아무도 없어요…”

그때,

누구라도 이 외침에 단 한 번만이라도

대답해 주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