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택시

엄마에게 버림받다

by 정원



* 이 글에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의 기억은 조심스레 다루어야 하는 것을 알기에, 이 글이 아주 조금이라도 불편하시거나 아픔을 자극한다면 읽기를 멈춰주세요.


지나온 시간이기에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안전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그렇게 갇혀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는 다른 남자와 함께 살았고,

그 둘 사이엔 아이도 있었지만

서류상으로 아빠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에서 보내온 입학 통지서는

멀리 떨어진 아빠에게로 향했다.


통지서는 다시 돌아

엄마에게로 보내어진 듯했다.



그날,

엄마는 통지서를 손에 쥐고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결정을 내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표정이 익숙했다.

엄마는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어 할 때,

어떤 것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여길 때,

그런 표정을 짓곤 했다.



엄마는 마침 잘 됐다는 듯

나를 데리고 나가

기다리고 있던 택시 안에 태웠다.


혼자서 택시를 타기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였는데,

엄마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고

부탁한다고 했지만,


정작

내겐 단 한마디의

설명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택시는 움직였고,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많은 건물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엄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너무 울어 시린 눈을

부릅뜨면서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엄마가 다시 손을 흔들며

돌아오라고 할까 봐,


금방이라도 달려와

택시를 세우곤

뭔가 잘못됐다며

나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할까 봐.


하지만

엄마는 등을 돌린 채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차 안은 낯선 냄새로 가득했다.

낯선 아저씨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나는 뒷좌석에 작게 웅크려

쏟아지는 눈물로 시트를 흠뻑 적셔갔다.


기사님은 어린 나를 달래다 지친 것인지

이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걸지 않으셨다.


“ 몇 시간 동안 가야 해,

힘드니까 그만 울어. ”


그때의 나는

몇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잘 몰랐지만,


창밖의 풍경이 계속 바뀌는 걸 보면서

엄마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짐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엄마에게 나는

짐짝 같은 존재였을까.


언제든지

쓸모 없어진 물건을 정리하듯,

쉽게 버릴 수 있는 존재였을까.


어쩌면 나는,

엄마의 삶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었을까.



어린 마음에도

알 것 같았다.


어떤 말도 없이,

어떤 표정도 없이,

나를 떠나보낸

엄마의 뒷모습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택시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쥐었다.


더는 울어선 안 될 것 같았다.


울어봤자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