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에서 공식적으로 강단에 서는 구성원들이 있다. 이른바 사내강사다. 이들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은 물론, 경험과 사례 등을 조직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가치와 연계하여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공감과 의지를 이끌어낸다.
조직에서 사내강사는 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고경력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부에서 선발된 이들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에 부합하는 이들 모두가 강단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만으로는 강단에 서기 쉽지 않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업(業)에 대한 오너십(ownership)이 그 바탕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해서도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한다.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발성과 주도성 등을 비롯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스킬도 필요하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사내강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면 위로 보이는 사내강사의 역할은 단순히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그 이상의 역할이 있다.
먼저 조직의 변화주도자 혹은 변화관리자(change agent)로서의 역할이다. 사내강사는 직무와 관련된 개선사례나 방안 등을 제시함으로써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조직문화를 바꿔 나가는데 있어 구성원들간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물론 한 명의 사내강사가 직접 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자 할 때 주먹크기만한 눈덩이로 시작한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음으로는 지적자산 승계자(intellectual assets successor)로서의 역할이다. 조직에는 오랜 시간동안 축적되어 온 지식과 경험 그리고 기술 등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내용들 중 상당량은 조직 내 존재하는 문서나 파일 등을 비롯해서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체화(體化)되어 표현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내강사는 이와 같은 암묵지(tacit knowledge)를 형식지(explicit knowledge)화하여 조직의 지적자산을 관리하고 활용하며 구성원들에게 승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역할 모델(role model)로서의 역할도 있다. 지식이나 경험 그리고 직무능력만으로 강단에 설 수는 없다. 강단에 세워서도 안된다. 이를 상회하는 인성과 인품도 갖추어야 한다. 대내ㆍ외적인 신뢰와 인정도 필요하다.
사내강사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을 비롯해서 사내강사의 태도를 통해 보여지는 모든 것들은 직ㆍ간접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내강사는 적어도 강의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현업 현장과 강의장에서 몸소 실천해야 한다.
사내강사가 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이유는 구성원들과 같은 조직에 있어 상대적으로 이질적이지 않으며 현장의 언어와 내부의 사례 등을 공유하고 있는 동료이자 직무와 역할에 대한 선경험이 있는 선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내강사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사례와 연구 등을 통해 제시된 바 있다. 사내강사는 일반적으로 직무수행역량이 탁월하며 조직과 동료에게 친화적이다.
이와 같은 특성은 자연스럽게 조직과 직무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 & job engagement)으로 이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사내강사는 스스로 손을 들어 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기에 조직 내 인정도 가미된다.
그래서 해외 기업의 경우, 사내강사는 소위 말하는 핵심인재 중에서 선발하며 사내강사에 의해서만 구성원 교육을 하는 곳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 해당 기업의 구성원들은 사내강사로 선발되었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자부심도 큰 편이다.
조직에서 사내강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많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내강사 개인의 직무수행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강의를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강의에 앞서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대충 준비해서는 강단에 서기 어렵다. 같은 내용일지라도 학습자의 특성이나 변화하는 환경 등을 고려해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내강사로서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은 곧 직무에 대한 학습의 과정이며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다. 그래서 사내강사는 가르치면서 배우는(learning by teaching)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보면 구성원들에게 다른 차원의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사내강사의 경험을 하게 된 구성원들은 Chip & Dan Heath가 ‘순간의 힘(원제: The Power of Moments)’이라는 책에서 제시한 바 있는 황홀감(elevation), 통찰(insight),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pride) 그리고 타인과의 교감(connection) 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직과 일 그리고 동료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가 형성되기도 한다.
아울러 조직에서 사내강사를 양성하는 과정을 마련하고 운영한다면 구성원들의 프레젠테이션 스킬과 스피치 역량 등이 향상되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조직에서 사내강사를 양성하고 제도화해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양질의 사내강사가 많은 조직은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문화가 조성된다. 동료 학습(peer learning)이 활성화되고 그 과정에서 그룹 다이나믹스(group dynamics)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비롯해서 성과 창출을 위해 간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직의 HRD와 HRM에서는 사내강사를 하나의 직무차원에서 단순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인재육성차원에서 보다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알프레드 화이트헤드(Alfred N. Whitehead)는 ‘좋은 교사는 설명하고 훌륭한 교사는 모범을 보이며 위대한 교사는 불을 지핀다’고 했다.
개인의 미래는 지금 누구에게 어떤 교육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들에게는 좋은 교사이자 훌륭한 교사를 넘어 위대한 교사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구성원들 앞에 서있는 사내강사를 다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내강사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