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꼴 Dec 10. 2024

제9화: 친구 부부와 함께한
땀내 나는 하루

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부부와 함께한 땀내 나는 하루친구 부부와 함께한 땀내 나는 하루

제10화: 듄스파3의 더위 – 친구 부부와 함께한 땀내 나는 하루

 9월의 무더위 속에서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는 영종도의 듄스 파3 코스로 향했다. 그날의 계획은 드라이버 대신 벙커, 어프로치, 퍼팅 연습에 집중하는 것. 도착한 연습장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땡볕이 이글거리며 우리를 맞이했다. 가볍게 연습만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땀과 모래로 범벅이 되는 한바탕 전투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벙커 연습을 하며 땀을 줄줄 흘리는 중에 친구가 모자를 벗자 친구의 민머리가 햇빛을 그대로 반사해 마치 미니 태양처럼 빛났다. 그의 아내가 “여보, 당신 머리가 너무 반짝여서 내 공이 눈부셔서 안 보여!”라고 놀리자,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부부도 그 모습을 보며 “진짜 오늘은 이 태양 덕분에 이글이글하네!”라며 장난을 쳤다.     


땡볕 아래 우리 부부는 벙커에서 공을 한 번에 빼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공은 자꾸 모래 속에 박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번은 내가 샷을 하다가 공이 겨우 벙커 턱에 걸쳐져 있는 걸 보자, 아내가 웃으며 “역시 당신은 한 걸음은 늘 모자라”라고 장난스럽게 말해 나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아내도 어프로치에서 긴장하다가 손끝이 흔들려 공이 홀을 비켜 가자, 내가 “아직도 이게 안 되나? 역시 연습 부족이야!”라고 하니 아내가 “그럼 당신도 벙커 좀 더 파보겠어?”라며 재치 있게 받아쳐 우리의 연습은 유쾌하게 이어졌다.     



벙커에서 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퍼팅까지 마쳤을 땐, 우리가 거의 모래와 땀으로 재창조된 듯했다. 마지막 퍼팅 연습에서는 땀에 절어 힘을 뺀 덕분인지 아내가 살짝 밀어 넣은 공이 한 번에 홀로 들어가면서, 나는 속으로 “아, 오늘의 진짜 승자는 아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모든 연습을 마치고 샤워도 못 한 채 바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공항에 들러 햄버거를 사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한숨 돌렸다. 햄버거를 먹으며 우리 모두는 잠깐의 시원함에 행복을 느꼈고, 고된 하루도 그 순간엔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


땀과 모래로 지쳐버린 하루였지만, 그날은 우리 부부가 함께 도전하고 웃으며 어설픈 샷에 진심을 다했던 순간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골프를 통해 느낀 건 실력을 떠나 서로에게 장난치며 소소한 성취를 나누는 순간, 과정들이 진짜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한여름의 땡볕 속에서도, 어쩌면 인생이란 것도 이런 작은 순간을 웃음으로 넘기는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때로는 땀과 모래로 범벅이 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그 순간이 인생의 한가운데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