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꼴 Dec 13. 2024

제10화: 비 오는 날의 라운딩과 돌발 상황

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그날은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8명이 스마트KU CC에서 모여 라운딩을 즐기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1번 홀 티업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거센 빗줄기가 되어 쏟아졌다. 나는 “이러다 진흙탕이 되겠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얘기했지만,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은 그런 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들 오랜만의 벼르고 벼른 라운딩이라 포기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결국 나도 우비를 걸치고 티샷을 날렸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면서 페어웨이는 금세 물길로 변해갔다. 공은 빗물에 따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걸음마다 진흙이 튀며 그야말로 진흙탕 체험이 되었다. 공을 찾으러 물웅덩이를 헤매던 중, 친구 도균은 진흙에 발이 빠져 덜덜 떨면서 “여기 원래 사막 아니었냐? 왜 이렇게 젖어 있지?”라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의 덜덜 떠는 모습에 우리 모두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너 진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거지?”라며 그를 놀렸고, 그는 비로 차갑게 식은 추위에 손을 호호 불며 “그래, 너도 한번 빠져봐라, 자연이 반긴다”라고 응수했다.     


물웅덩이와 진흙 속에서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라운딩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이미 스코어 같은 건 잊어버렸다. 공이 어디로 날아가든, 스윙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그 순간의 웃음과 장난이 이 라운딩의 진짜 재미가 되었다. 


결국 9홀을 마치고 나서야 비에 흠뻑 젖은 우리 모두는 “오늘은 여기까지가 딱 적당한 선이네”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진흙탕 속에서 고군분투한 후, 우리는 일산에 있는 곱창집으로 향했다. 땀과 빗물에 젖은 몸을 식당의 온기 속에서 녹이며 곱창과 뜨거운 곱창전골을 주문했을 때, 모든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특히 진흙탕 속에서 추위에 떨던 그는 곱창전골 국물을 한 숟갈 들이키며 “이거 먹으려고 내가 오늘 생존했다!”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 말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의 라운딩은 단순히 스코어를 내는 경기라기보다는, 함께 웃으며 버틴 추억의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인생에도 예기치 못한 비와 진흙탕이 닥칠 때가 있지만, 함께 웃고 장난을 주고받으며 유연하게 그 순간을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진흙탕 속에서도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어떤 돌발 상황도 추억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