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골프장에 찾아온 봄은 언제나 특별하다. 푸른 잔디와 상쾌한 공기, 그리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벚꽃들 덕분에, 이맘때의 라운딩은 그야말로 한 편의 그림 같다. 특히 해마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에는 어김없이 라운딩 약속을 잡고, 그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골프장으로 향한다. 올해도 기대에 찬 마음으로 벚꽃이 만발한 봄날에 라운딩을 나섰다.
벚꽃이 피어 있는 골프장은 마치 봄날의 동화 속처럼 아름다웠다. 연분홍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며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라운딩 중에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웠다. 그리고 벚꽃잎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동안, 그 친구는 “오늘은 꽃비도 맞아주고 있으니 무조건 좋은 공이 잘 맞을 거야!”라며 장난스럽게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그날 우리는 그저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벚꽃 아래를 걸으며 그 풍경을 마음껏 즐겼다. 한 번은 벚꽃잎이 티박스에 깔려 있어, 공이 벚꽃 속에 살짝 파묻혀 있었다.
공을 찾으려 티박스를 쓸어내려던 찰나, 한 친구가 장난스럽게 "야, 봄을 함부로 밟지 말고 살살 다뤄!”라고 하자, 우리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공이 벚꽃 속에 숨어 있는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잠시 스윙도 잊고 그 순간을 즐기게 되었다.
또 다른 홀로 이동하던 중 벚꽃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며 우리는 나름의 작은 ‘꽃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벚꽃잎을 손으로 툭툭 쳐보며 “이런 라운딩은 언제 또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바람이 한 번 세게 불어오면서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자, 한 친구가 "야, 여기가 바로 인생의 명장면 아니냐?"라며 벚꽃비 아래에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웃고 그 순간을 사진에 담으며, 그 벚꽃 라운딩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그날의 라운딩에서 스코어가 어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벚꽃나무 아래를 지나고, 봄날의 따뜻한 바람 속에서 웃으며 나눈 대화가 그저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벚꽃은 그렇게 잠깐의 순간을 위해 한 해를 기다리며 피어난다는데, 우리도 마치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 봄을 기다렸던 것처럼 느껴졌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순간으로 스쳐가지만, 그 기억은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