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우리 모임에 유독 ‘짧고 간단한’ 골프만 고집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직업은 교수인데, 나이에 걸맞지 않게 라운딩은 오로지 파3나 짧은 9홀만 선호한다.
그렇게 단순함을 고집하더니, 놀랍게도 이 친구가 다음 달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비록 늦었지만 첫 결혼이다. 모두가 좋을 때라고 놀렸지만, 친구는 그저 웃으며 “결혼은 평생 하는 거니까 신중해야지”라고, 단호한 대답을 했다.
평소 파3 코스에서라도 드라이버 가능한 곳을 찾는 그다운 대답이었다. 이 친구와 라운딩(??)을 나가면 묘하게도 코스 길이는 짧아지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이번엔 좀 길게 가보자”고 꼬드겨 보지만, 그는 단호하게 "아니, 짧은 게 나한텐 딱이야"라고 고집한다.
필드에서조차 인생 철학이 짧고 간결하게 깃들어 있었던 그가, 결국 평생의 반려자를 드디어 찾았다니 우리 모두가 겹겹이 축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라운딩을 마치고 이 친구만의 ‘홀짝홀짝’ 시간이 시작될 때도 이젠 묘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미리 준비해 온 작은 술병을 꺼내더니, 한 잔씩 홀짝거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 모습은 여전히 재미있다.
우리가 옆에서 "그 술 이제 나눠 마셔도 되겠네!" 하고 놀리면,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이제부터 둘이서 홀짝홀짝할 거지”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친구와의 짧은 라운딩은 그가 인생에서도 결국 자신의 방식을 지키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여유로운 사람에게 곁을 지킬 반려자까지 생기니 더없이 축하할 일이다.
한 번씩 그가 “짧은 코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야”라며 드라이버를 휘두르던 모습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이 친구와 함께하는 라운딩 속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이 생길지 몹시 기대가 된다.
“긴 여정을 앞두고, 가끔은 짧은 휴식이야말로 가장 큰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