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골프장에서 처음 만난 그 친구는 내게 작은 충격을 준 인물이었다. 평소 골프장에서는 모두들 조금은 점잖고 예의를 갖춘 듯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 친구는 첫 만남부터 한껏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티샷을 날리고 나서도 세상 편하게 서서 껄껄 웃고는 내게 “야, 저 공 보이냐? 저기 벙커로 곧장 가네!”라며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순간 나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그렇게 솔직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보니 묘하게 친근감이 느껴졌고, 나도 자연스레 긴장이 사라졌다.
대화는 공을 찾으러 나서는 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골프에선 중요한 건 스코어가 아니고, 스트레스 날리기지!”라며 툭툭 던졌는데, 그 말에 나는 또 웃음이 나왔다. 평소 다른 친구들은 다들 스코어에 예민하고 점수 하나에 마음을 쏟곤 하는데, 이 친구는 실수에도 그저 “또 하나 배웠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 덕분에 처음 만난 자리에서부터 나는 편하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 친구와의 첫 대화 중, 그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인생이든 골프든 너무 잘하려고 하면 재밌는 걸 놓친다니까.” 이 한 마디에 그동안 나도 모르게 골프를 비롯한 많은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친구의 여유로운 태도가 왠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우리 그냥 골프 배우기 잘했어, 여기서 이렇게 노는 거 봐. 멀리서 보면 우리가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냐?”라고 말하는 그의 농담에, 나는 그날 처음으로 필드에서 크게 웃어 본 것 같다.
라운딩이 끝날 무렵, 우리는 이미 절친이 되어 있었다. 그는 티샷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릴 때마다 호탕하게 웃으며 “그쪽으로 가서 새로운 풍경도 구경하자!”라며 공을 찾으러 가곤 했다. 나는 그 모습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혼자서 피식거리며 따라갔다. 그와 함께하는 골프는 매번 새로웠고, 덕분에 그다음 라운딩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그 친구와의 첫 만남은 내게 골프뿐 아니라 인생의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실수에도 유쾌하게 웃으며 "이번에도 뭔가 배우긴 했지?"라는 그의 태도는 내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골프장이란 매번 정확하게 치고 완벽하게 플레이해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때론 실수하며 더 큰 것을 배우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세상에 완벽한 스윙은 없다. 인생의 스윙도 때로는 흔들리는 게 그 묘미다.”